13.
퇴근시간이라 비좁았던 버스에서 내리고 집에 도착해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FM라디오로 클래식 음악만 나오는 채널을 틀어놓았다. 그리고 벽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귓속을 열어서 스피커로 들리는 피아노 선율에 몸을 맡겼다. 가볍고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몸은 축 늘어졌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 내가 마치 들판 위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늘은 방금 만들어낸 솜사탕 구름이 깔려있고 온몸은 기분 좋은 바람막이 끊이질 않아서 일어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영원히 누워서 길 잃은 다람쥐나 들짐승이 옆에 와서 쉬거나 내 몸 위로 올라와 경계를 서도 좋을 만큼 그것과 하나가 되어 흐르고 싶었다.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던 클래식 음악이 전파 탓에 치지직 소리를 내며 잡음이 났다. 나는 그제야 일어나서 FM라디오를 끄고 목이 말라서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어 컵에 물을 따라 마셨다.
물을 마시고 얼마 안 있어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집에 먹을게 딱히 없었기에 나는 아까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소금빵을 찾아서 베어 물었다. 역시나 그 소금빵은 퍽퍽하고 질기고 풍미라고는 하나 없었지만 배가 고파서 다 먹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