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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Nov 02. 2023

아닌 밤 중에 생굴 배달 소동

들어는 봤나, 머스터드 생굴, 갈릭 생굴

"여보! 혹시 생굴 시켰어요?"

"잉? 무슨 말이에요?"


근무 중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생굴 한 박스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나 생굴 시킨 적 없는데요?"

"아... 그럼 해산물 보낼만한 사람 없어요?"

"응, 내가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뭐라고 적혀있어요?"

"슬라이스 머스터드 생굴 3호 열 개랑 갈릭 생굴 3호 열개랑 있어요"

'생굴 중에 머스터드랑 갈릭을 바른 게 있었나...' 내가 자칭 생굴 킬러라 생굴을 엄청 좋아하는데, 머스터드랑 갈릭이 가미된 굴은 상상도 못 해봤다. 아니 그런 굴이 있다면 먹기 싫어질 것 같았다.


"여보, 혹시 머스터드 말고 다른 글자 없어요?"

"아, 150g이라고 되어 있어요"


.

.

.


"아... 그거 제가 다이어트하려고 산 닭가슴살인가 봐요... 업체에서 인쇄를 잘 못 했나 봐요..."

"네??"


인쇄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덕분에 한 바탕 크게 웃었다. 그리고 박스를 같이 발견했던 장모님께서 내가 생굴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니, 생굴을 사주시겠다고 하시며 집으로 가셨단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만약 인쇄오류 같은 별 것 아닌 실수에 불만을 가졌더라면 크게 한 번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장모님께서 생굴을 사주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언제 허연 아이스박스를 보며 10분 넘게 웃어보겠는가. 세상의 색상은 빛이 정해도 내 감정은 내가 정한다.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자. 세상에 웃을 일들이 너무도 많다!


장모님... 생굴... 많이 사주세요... 다이어트는 그다음에 할게요...






메인사진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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