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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Jan 30. 2024

생애 첫 돌잔치 스냅영상 제작

일단 부딪히며 배웁니다

카메라에 '카'자도 모르는 내가 영상 촬영 부탁을 받았다.


"형님, 저... 애기 돌인데, 영상 하나 찍어주십시오."

"응?????"


옆자리에서 1년 넘게 같이 근무하고 있는 직장 동료의 부탁이었다. 찍은 영상을 이어 붙일 줄이나 알지, 말로만 듣던 스냅영상을 내가 어떻게 찍나 싶었지만, 태생이 또 거절을 못하는 인간인지라 '예스맨'이 되었다.

(뭐, 꼭 뷔페 때문만은 아니지만...)


https://brunch.co.kr/@kiii-reng-ee/147


일단 뭐든 '예스'를 날려놓고 일단 준비하는 편이라, 촬영을 승낙한 후 촬영장비를 한 번 살펴보았다. 하은이 사진 찍어주려고 샀던 입문용 저가 크롭바디인 미러리스 카메라가 한 대 있었다. 렌즈는 32mm 단렌즈. 끝.


전문작가님들이 촬영한 장비를 보니 풀프레임에 200이 훌쩍 넘는 렌즈를 쓴단다. 그리고 32mm 단렌즈는 망원도 안 되니 왔다 갔다 춤을 춰가며 찍어야 한다. 사진용이라면 협의가 가능하나, 영... 영상이다! 게다가 나의 렌즈는 손떨림방지 따위는 지원하지 않는다. 하하하하.


고민에 빠진 나는 황급히 바디와 렌즈 대여 업체를 알아봤다. 이것저것 끼워 넣으니 1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휴대폰으로 찍을까... 아... 아니야! 부탁받은 건데... 음... 새로 살까?'


이번에 뽐뿌질을 했다가는 한동안 안 방 취침은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결정했다.


'그래. 32mm로 원투스텝 해 보자!'



아내와 하은이와 함께 돌잔치에 참석했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하은이를 봐가며 편집 때 쓸만한 영상을 조금씩 따 내었다.

행사가 시작 전 전문 사진작가를 만나 인사를 드리고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말씀을 먼저 드렸다.


이번 영상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행사에서 사진작가들이 카메라나 휴대폰을 들고 있는 지인들과 동선이 겹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가님께 먼저 가서 인사드린 것이다.


이야기하면서 걷는 이야기 중독 하은이

손떨방이 안 되는 카메라덕에 촬영 시에는 팔을 온몸에 붙이고 숨을 참은 후 마치 전방 200m 앞의 적장의 목을 노리는 특등사수처럼 찍었다. 군인이던 시절 익혔던 사격기술을 여기서 써먹을 줄이야!


중간중간 뷔페음식도 놓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맛있겠다며 연신 카메라로 찍어댔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배가 더 고파 포크로 연신 찍어대었다.


입안으로 음식을 욱여넣고, 하은이와 놀아주다 보니 어느새 돌잔치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파일정리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편집에 들어갔다. 2시간 정도 작업하자 윤곽이 어느 정도 보였다.


그런데 카메라 사용법을 잘 몰라 옛날 텔레비전 같이 검은 줄이 깜빡거리는 영상이 많이 촬영되어 영상을 많이 버리게 되어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이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플리커 현상이었다. 셔터스피드 설정값의 문제인데, 셔터스피드가 깜빡거리는 조명보다 빨라서 조명의 깜빡거림을 카메라가 잡아버린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의 어설픈 첫(?), 혹은 마지막(?) 돌 스냅 영상 제작이 끝이 났다.


영상 공개 동의를 받아 발췌함


다행히도 영상을 받은 동생이 만족한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업체에 맡겼다면 더 멋진 영상이 나왔을 텐데... 싶어 내심 미안했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에 금세 위로가 다.

그래... 그정도는 아니야^^;;;;


(아내 님... 여기까지만 읽어주세요. 제발...)








이번 영상촬영은 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돌잔치나 결혼식에 카메라를 들고 갈 일이 잘 없으니, 참으로 귀한 기회였다. 그런 기회도 일단 하고 본다는 YES 속에서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카메라를 배우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제대로 한번 배워보고 싶다... 카메라 렌즈도 사고 싶다. 카메라도 사고 싶다. 카메라 사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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