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마크라고 해서 특별한 것도 없다. 그저 아이의 감정상태, 특히 변화되는 감정상태와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뿐이다.그리고 길었던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워주기 위해 열심히 놀아주는 것이다.
29개월 차에 들어선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고 행동이 다양해진다. 사고도 곧잘 하며, 이젠 과거의 일들도 기억해 내어 이야기한다.
"아빠, 어제 이야기해 줬잖아."
"아빠, 어제 할머니랑 같이 놀았잖아."
"아빠, 어제 하으니랑 딸기주스 만들어 먹었잖아."
(아직 까지는 과거 시간부사가 죄다 어제이지만...)
유달리 텐션이 높고 활발한 하은이는 어린이집에서 동네오빠(딸인데...)로 불리며 군림하고 있다. 아니 생활하고 있다. 한번 올라간 텐션은 쉽게 내려오지 않다가 꼭 어디 부딪히거나 친구와 다투기도 한다.
하은이와 똑 닮은 특유의 하이텐션을 소유한 친척 조카를 만났다. 동갑인 또래와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아빠미소가 나왔지만 걱정도 되었다. 하이텐션과 하이텐션이 만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각자의 어린이집에서도 텐션으로는 따라올 아이가 없어 비교군이 없었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서로 울리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부모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꼬꼬마 어린아이들이지만 미안하고 민망해진다. 상대 부모도 마찬가지.
조카에게 말했다.
"oo아, 이거 갖고 싶었어?"
"네..."
"그렇구나. 친구가 갖고 노는 걸 갖고 싶었구나. 삼촌도 너 마음 잘 알 것 같아. 하지만 다음에는 갖고 싶은 것 있으면 친구에게 물어보고 갖고 가면 돼 알겠지?"
"(씩씩하게) 네!"
다행히 침착하게 알아듣는 조카와 하은이의 모습을 보며 안심했다.
그런데...
"으아아아아아아앙" 이번에는 하은이가 조카의 장난감을 가져갔다. "하은아, 친구 장난감 가져가고 싶었어? 그런데, 친구 장난감 가져갈 때는 물어보고 가져가는 거야 알겠지?" "네..!"
둘의 약조는 받아내었지만 이내 비슷한 사건이 두 번이나 더 벌어졌다. 다시 식사 자리로 돌아간 나는 어른들과의 대화자리에서 잠시 딴생각에빠졌다. '아니... 왜 집에서도 "네"라고 해놓고 다시 행동을 반복하는데, 여기서도 그러네... 흠... 방법이 없을까... 분명 대답도 잘하고 잘 알아듣는 것 같은데... 근데 또 말을 많이 하고 설명을 구구절절해봐야 다 못 알아들을 수도 있는데... 음... 뭐가 문제지... 내가 부족한 걸까... 아... 설루션은 없는 것인가... Oh... 박사님....'
그때였다.
피카추 백만볼트 전기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전율이 솟아오르며 솔루션이 생각났다. 바로 행동교정이었다. 매정하지만 상황이 다시 한번 더 발생하기만을 기다리며 파전 한 조각을 입에 욱여넣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조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이다!'
"하은아, 친구 장난감 가져가고 싶었어?" "네..." "하은아 친구나 다른 사람의 물건은 그냥 함부로 집어가면 다들 마음이 슬퍼져. 좋지 않은 거야. 하지만 친구 장난감이 너무 가져가보고 싶으면 이렇게 해볼까? (조카도 같이 앉혀서) '친구야 이거 한 번만 가져가도 돼?' 이렇게 물어보는 거야. 그러면 친구가 '응' 이렇게 대답하면, (조카에게 물건을 건네주는 시늉을 하게 하고) 그래 이렇게 친구가 주면 가져가는 거야" 그러자 하은이가 장난감을 냉큼 집어갔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하은아 그리고 가져가면 그냥 가지 말고 친구에게 '고마워 oo아'라고 말해주는 거야 알겠지?", "네, 아빠. 고마워 친구야"
우선 모두 알아들은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복습을 하기로 했다. "하은아, 이번에는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면 하은이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게....(설명. 설명.)"
하은이에게 똑같이 시뮬레이션을 해주자 그대로 따라 한다.
그리고 딱 5분 정도 지켜보니 아이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친구를 한 번 쳐다보고 가져가게 되었고, 친구에게 물건을 건네주기도 하며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게 되었다.
요즘 우리 부부는 훈육이 화두였다. 훈육을 한다고 하지만 감정이 앞서기도 하고, "안 돼"라고 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안 돼"라고 끝나기도 한다.
세상에는 육아와 관련된 고급정보들이 넘쳐나지만 다 내 것이 아니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릴스나 금쪽이 오 박사님, 유튜브 육아 채널을 많이 본다고 해서 내가 육아박사님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이 바로 '우리 아이에게 집중하자는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집중하자
아이에게 집중(집착이 아닌)하다 보면 우리 아이만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성향이 보인다. 그러면 육아 정보를 종합해 내 아이 맞춤형 육아를 하는 게 시간은 좀 더 걸려도 부모와 아이 모두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건 왜 안 먹히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육아는 공략해야 하는 게임이 아니다. 육아는 한 명의 인생을 키워내는 과정이다.
부모가 하는 만큼 아이도 배우고 성장한다.
또 우리 부부가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훈육의 역할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아빠는 달래는 사람. 엄마는 혼내는 사람. 이렇게 구분 지어 버리면 아빠의 훈육이 필요할 때 아빠는 훈육을 할 수 없게 되고, 훈육의 순간을 놓칠 수가 있다. 정말 잘못된 행동은 그 자리에서 바로 교정해 주어야 하는데 훈육담당관이 없을 때는 그게 쉽지 않다. 결국 비담당관이 담당관에게 일러바치는 형국이 될 테고 비담당관은 아이와 신뢰를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해서 역할을 딱히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사실 아이를 처음 키워보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서 재능이 있는지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역할을 나눠 놓으면 분명 탈이 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