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랭이 Jul 16. 2023

공무원 시험 합격을 위한 테어다운

수험생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작업

경제 용어 사전에서 '테어다운'이란, 제품의 구성을 파악하기 위해 제품을 낱낱이 분해ㆍ분석하는 작업을 말한다. 자동차 회사에서 타 기업의 자동차를 사 들여 분해한다고 한다. 전자제품도 예외는 없다. 거의 모든 경쟁사 제품들이 테어다운의 대상이 된다. 모 기업의 회장은 타 기업의 백화점을 분석하기 위해 직접 가 보기도 한단다.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하기 위해서 다른 상품이나 기업 등을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나를 분석하다


첫 시험에 당당히(?) 떨어지다 (brunch.co.kr)


1년에 한 번 있는 첫 시험을 보기 좋게 망치고 1평 남짓한 방에 들어가 모니터 화면을 바로 보았다.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켜 놓고 텅 비어버린 내 마음 같은 흰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고 착각했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공부를 하는 것이라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 나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빛에 마냥 취했었다. 합격수기 몇 개 읽어보고, 공부방법도 찾아봤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반성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한 자 한 자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스스로대한 반성문을 말이다.


게을렀던 지난 과거, 모자랐던 재원, 엉뚱한 방향의 공부법, 공부를 방해했던 습관, 시간 관리 등을 순서에 상관없이 적어 나갔다. 이렇게 적다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장점과 단점, 내 성격도 분석해 나갔다. 조금씩 적다 보니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문제를 알고 있지만 문제와 마주 앉는 것이 두려워 계속 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타인의 문제는 그렇게나 깐깐하면서 자신의 문제는 한없이 너그러운 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정작 깐깐해야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문제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오롯이 받아들인 후 철저한 반성과 분석이 있어야 비로소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남을 분석하다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처럼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인 공무원 시험은 남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합격을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메커니즘이 있지만, 어찌 되었든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성공ㆍ실패 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합격자를 먼저 분석해 보았다. 검색해 볼 수 있는 최대한 많은 합격수기들을 정리해 나갔다. 합격자들은 비슷한 공부법을 베이스로 자기만의 필살 공부법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나는 필살 공부법을 제외하고 공통사항을 발견하려고 애썼다. 공통사항은 대부분이 비슷하게 하고 있는 비교적 대중적인 공부법일 것이고, 검증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00 공부법, ㅁㅁ공부법과 같은 전문적(?)인 공부법은 우선 뒤로 미뤘다. 공부를 거의 해보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대한 일반적인 공부법을 찾으려고 애쓴 결과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공부법 예
1. 기본서
2. 기출
3. 기본서 쪼개기
4. 기출
5. 오답노트
6. 반복


다음으로 불합격자분들의 사연을 분석했다. 불합격하신 분들은 자기가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 굳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따라서 주변에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분석이라기보다는 아픔을 나누는 과정이었지만 배울 것이 많았다. 틈틈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불합격 요인에 대한 공통점을 발견하려고 애썼다.

불합격하는 법(꿀팁)
1. 보기 싫은 부분 계속 안 보기
2. 하루 공부 흐름 끊기면 며칠 끊기기
3. 술 마시면 다음 날 안 하고, 그다음 날도 안 하기
4. 친구나 이성친구가 부르면 자주, 바로 나가기
5. 기출문제 안 보고 예상 문제 보기
6. 공부 안 하고 강의 보기
7. 영어 단어 안 외우고 문제에 나온 단어만 찾기
   ( 이렇게 많이 홍보됨)
8. 수준은 중3인데, 공무원 강의 듣기


※ 공부법과 불합격하는 법은 다음에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한다.



시험을 분석하다


가장 중요한 시험을 분석해 보았다. 국어, 영어, 국사, 2개 선택과목(나는 소방학개론, 소방관계법규를 선택) 중 어떤 과목을 가장 어려워하고, 시험 당일 어떤 과목이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지 등에 관한 고민을 오래도록 했다. 그리고 과목별 공부 방법을 합격수기를 통해 정리해 나갔다.


두뇌를 재조정하다


우연히 어떤 합격수기를 보니 '몰입'과 관련된 뇌과학 도서를 많이 읽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몇 권 사서 읽어보았다. 몇 달간 일을 하면서 뇌 구조는 일과 관련된 것으로 재배치되었는데, 공부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뇌 구조를 '공부하는 두뇌'로 재조정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책을 따라 하며 적용해 보았는데 실제로 효과가 매우 컸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많지만 기억나는 것은 기상직후, 쉬는 시간, 잠들기 전 공부와 관련된 생각을 계속 해라는 내용이었다.




신입 때 55m 고가사다리차를 맡은 적이 있었다. 팀 선배의 육아휴직으로 기관원이 필요해 내가 배치된 것이다. 말 그대로 고가(?)의 차량 혹은 장비를 운전뿐만이 아니라 조작까지 해야 하니 부담은 상당했다. 선뜻 나서는 분들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손을 들 수 있었던 것은 '준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것만큼 가슴 설레는 게 없다. 익숙한 것도 발전되어 가는 것을 보면 흥분되지만 새로운 것 또한 내겐 큰 기쁨이다. 늘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한다. 선배의 육아휴직 소식을 접하고 미리 차량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관련 책자를 가지고 도서관으로 가 비번 때마다 읽고 또 읽었다. 유튜브 영상도 참고하고 인터넷도 뒤적거려 가며 공부했다.


그리고 운전자를 애타게 찾는다는 윗선의 요청에 손을 들 수 있었다.


이처럼 지금도 일을 하며 처음 맡는 업무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분석하고 파헤친다. 며칠만 집중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그 후에 비슷한 일이 있어도 두렵지 않다. 새로운 업무를 어설프게 파악해서 대충 처리하면 괴롭기만 하고 성장도 할 수 없다.


수험생은 특히 자신의 성향과 습관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파악해 그에 맞는 공부법을 적용해야 한다. 앞서 시험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나와 남을 분석해라고 했지만 오히려 절대평가처럼 접근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경쟁자만 신경 쓰다가 대부분 컷에 걸려 조마조마한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실제로 성적분포도를 그래프로 보면 완만한 피라미드가 아니라 뾰족한 첨탑 밑에 배, 허리가 불룩한 모양새다. 커트라인에 많이 몰려있다는 뜻이다.


이것으로도 충분이 예측가능한 것은 대부분 비슷하게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꼭 틀렸다고는 하지 않겠으나 쫄깃쫄깃하게 공부를 하다 보면 소수점 차이로 시험에서 떨어지고 만다. 따라서 나는 공부를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상대평가인 시험이지만 절대평가 시험처럼 분석하고 공부하라는 조언을 많이 했다. 흔들리지 않고 내가 점수를 잘 받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하면 어떤 경쟁률이라도 뚫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을 단 한 명의 수험생, 특히 재수 삼수생이 있다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자신의 나쁜 습관들을 반드시 기록하여 분석ㆍ분해해서 보라고.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감히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수저, 가방 끈, 노력, 아무것도 없는 내가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며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나의 수험생활에 감사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겪었던 것들을 저의 방식대로 써봅니다. 때론 웃기도, 때론 울기도 했던 지난 시간.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분명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새롭게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수험생, 직장인, 아빠, 엄마 그 누구라도 잠시나마 위로가 되시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써 나가겠습니다.  




이전 12화 고객님, 대리비는 주고 가셔야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