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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Jun 15. 2024

도쿄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

도쿄 시부야구, 합창단 교류공연을 마치며

 살면서 언제 한 번 무대에 서서 노래해 보겠는가 싶었는데, '세상에나!' 해외까지 가서 연주를 할 기회가 생겼다. 합창 1년 6개월 만에 일본의 한 합창단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것이다. 사실 이것은 초청이라기보다는 합창단원 중 한 분과 일본의 한 합창단원 중 한 분의 오랜 약속의 성취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인연

 진주시의 역사와 전통이 깊은 합창단 중 하나인 '아버지합창단'에 소속된 단원인 강 선생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분이다. 이러한 활동을 하던 중 만난 이가 바로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메이세이 합창단 지휘자인 황순화 님이다.
 황 지휘자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할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세월도 꽤 흘러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옛 흔적들을 찾고자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다. 그렇게 뿌리 찾기에 나선 황 선생은 할아버지의 고향이었던 진주시 수곡면을 중심으로, 하동군 옥종면, 진주시 대평면 등 여러 곳을 찾아다녔으나 결국 그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때 역사연구가였던 강 선생을 만나게 되어, 각고의 노력 끝에 황 선생의 족보와 고향집터를 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5년 만에 이루어진 약속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5년 전 황 선생은 강 선생에게 교류공연을 제안했고, 진주시의 명망 높은 지휘자인 이승엽 선생도 이를 흔쾌히 승낙하며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적인 감염병인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공연은 무기한 중단되고 말았다. 이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교류를 해 나가던 강 선생은 마침내 공연 일정을 수립하게 되었다.
 


이웃나라 일본에 울려 퍼진 아름다운 우리 노래 '아리랑'

 이 공연에는 많은 관객분들이 오셨는데, 그중에서도 재일교포이신 분들이 아주 많이 오셨다. 어떤 정치적, 역사적 편견 없이 순수한 합창을 하러 자리에서 단지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후에 어떤 분께 여쭤보니, 우리말, 한국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향수가 일어난다고 하니 얼마나 즐거우셨을까... 싶다.


https://youtu.be/LboQxyZyf9 o? si=4 yNdie6 JWD5 UZf5 P



이외에도...

 교류공연답게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곡인 '대지찬송'과 우리의 만남을 축하하기 위한 노사연 선생님의 '만남'을 마지막곡으로 불렀다.


https://youtu.be/8EFgj3UJwwI?si=WBRQinhYL0AEE6mh


https://youtu.be/BDcmgXDqcXM?si=GZBCvsmG7rUnei32



글을 마치며

 이 공연을 처음 준비하기 시작한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감동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알지 못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시민들의 하모니가 잘 지어진 공연장에 울려 퍼질 때 뜨거운 감동과 전율이 온몸을 감쌌다.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고, 누군가는 회복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아실현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추억했을 것이다. 언어와 종교, 민족과 인종을 깨트리는 것이 어쩌면 음악이 아닐까 싶다. 선율 안에서 하나 되는 것, 누구나 평등해지는 것. 싸움과 고통이 없는 것. 이것이 내가 음악을 놓고 싶지 않은 이유다.


좌측부터 한국, 일본, 일본, 한국, 한국 선생님들


비하인드 스토리

 이번 공연은 하은이의 첫 해외여행이 되었다. 우리 가족 공식 해외여행이다. 공연일정과 단체 스케줄이 있어 마음껏 놀지 못했지만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인터넷 어디쯔음에 가끔 이런 글도 보인다. '아이보다 부모를 위한 여행 아니냐고' 하지만 직접 같이 다녀온 나의 경험은 다르게 말하고 있다.


 "다 기억하지 못해도 아이의 무의식 속엔 아빠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과 추억, 향수를 기억할 것이다"라고.



그리고 다행히도 하은이는 지금도 "아빠 일본 가고 싶어요, 비행기 타고 싶어요"를 외치고 있다. 이퀄라이징이 안 되어 비행기를 잘 못 타는 아빠를 닮지 않아 다행...



 4일 동안 하은이와 함께 고생한 아내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바로... 앉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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