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출간작가가 아니라는 것은 마음에 걸리는 일이지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이 충분히 넘쳐난다. 계속 쓰고 있다 보면 희미해져 가는 나의 모습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보이지 않았던 사물과 세상의 이치도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쓰기 위해 보아야 하고 쓰기 위해 읽어야 하기 때문일까.
작년 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은 위로와 회복을 경험하며 기분 좋은 보상도 꽤 받았다. 공모전에 내놓은 글이 당첨되어 음료쿠폰을 받은 것으로 시작해,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브런치 작가님들과 출간작가들을 비롯해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다. 물질적인 부분이라 언급이 조심스럽지만 지금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해 준 노트북도 받게 되어 신나게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무척 바쁜 해였기에 많은 일들을 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을 내어 공모전에 하나 지원했었다. 딱 1년 전 선배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인연이다.
"키랭이, 뭐 하니?"
"아, 네 일하고 있죠. 어디세요?"
"나? 남산타워 가는 길이지"
"와 ~ 서울 가셨어요? 무슨 일로요?"
"공모전에 글을 하나 냈는데, 내가 우수상을 탔지 뭐야 하하하하. 너도 내년에 도전해 봐"
이 전화를 끝으로 곧바로 달력에 표시해 두었다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공모전 개최 공지가 떴고, 두 장 내외로 적어 내었다.
그리고 기분 좋은 연락이 하나 도착했다.
축하드립니다
살면서 1등이라는 것을 거의 해보지 않던 인생이었는데... 이렇게 소소하게나마 1등을 경험하게 되다니...
재주에 비해 너무 큰 상을 받는 것 같아 스스로 마음을 다 잡아보지만 한 번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그것도 무려 생일날 수상하게 된 것이라, 내 평생 받은 생일 선물 중에 가장 큰 것을 받은 것이라 소감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퇴근길 아침에 엄마가 차려준 생일밥
이번에 참여한 공모전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자격증 취득 사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모두가 잘 아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워드, 컴활 등등)에서부터 외국어, 한자, 유통 관련 등 다양한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나는 이 중 컴퓨터활용능력 1급, 2급 그리고 워드프로세서를 취득했는데, 이 자격증 취득 과정과 활용 사례를 간단히 적어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수상하게 된 몇 분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원래 처음부터 참석의사가 있었지만 막상 수상자들을 만나보니 더욱 잘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학을 다닐 때 미리미리 자격증을 준비해 자격증만 10개 넘게 가지고 계신 분과 60이 넘는 나이에 도전해 자격증을 취득한 어머님까지. 게다가 내가 더욱 놀랐던 것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컴퓨터활용능력 1급을 취득한 수상자의 소감이었다. 소감을 발표하다 지나온 세월에 복받쳤는지 눈물을 보이고 말았는데, 열심히 듣다가 나도 같이 울컥하여, 허벅지를 꼬집느라 흉터가 하나 생겨버렸다. 같이 온 어머니도 현재 대학까지 보내 공부를 시키고 있다는 말에 내가 한 노력이 얼마나 자랑할 것이 못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오신 분은 외국인인 것 같았으나 베트남에서 온 결혼 10년 차 한국 사람이었다. 꿀 떨어지는 남편 분의 사진촬영도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많이 긴장했었지만 준비해 주시는 관계자분들이 너무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주셔서 마음도 금방 가라앉았다.
그냥 구경만 하고 온 숭례문과 시장
실물로는 처음 보는(지나가다 봤었나?) 숭례문을 잠시 감상하고는 갈길이 멀어 얼른 터미널로 향했다.
도전은 아름답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전하는 이들은 자신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기에 어둡고 외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을 이겨내야 비로소 도전이 아름다울 수 있다. 실패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패를 통해 무언인가를 배웠고, 또 그것이 내 삶의 작은 변화를 이루었다면 실패도 아름다울 수 있다.
시상 후 인터뷰, 아무것도 모르는 저 순수함이란... 서울이라 마냥 신이 났다 ㅋㅋ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의 도전은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언제나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출처 : 뉴시스, 김현주 기자 https://naver.me/FEUMT22a
※ 공모전이라서 시상식에 인터뷰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신경을 참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미 가지고 있어서 공모전에 응모해 보실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참여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