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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Jul 26. 2023

글쓰기도 금단증상이 있습니까?

담배는 끊었는데 글은 못 끊겠더라

담배를 끊은 지 벌써 7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별다른 금단증상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세상에나… 글쓰기 금단증상이 올 줄이야…


나의 글쓰기 역사받아쓰기를 포함하면 아주 오래되었지만, 부모님을 제외한 타인에게 읽힐 글을 쓴 것은 불과 한 두 달도 채 되지 않는다.


역시 시작은 브런치였다. 1년 전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 가입만 하고 잊어버렸다가 최근에 글을 하나 써봤고, 작가승인이 바로 떨어졌다.


... 작가???


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성취감(?)에 취해 바로 치킨 파티를 해버렸다.


그리고는 며칠 뒤 아무 준비 없이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 양념도 요리도 안 된 날 것 그대로의 수준 낮은 들을 말이다.


눈을 감고 자거나 집중해서 일을 하는 시간을 빼고는 라이킷과 통계그래프만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작가님들 글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샤워를 하며 유튜브를 트는 것이 사실상 국룰인데, 물기 가득한 손으로 화면을 위로 겨우겨우 밀어 올리며 글을 읽어나갔다.


생활(?) 필력이 아주 높은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나는 다음에 어떻게 쓰지? 하며 인사이트를 얻어나갔고, 틈만 나면 소재거리를 메모해 나갔다.


'글'에 중독이 되어버렸다.


국가기술자격증 두 개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데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예전에 몰입과 관련된 책도 많이 읽어보았지만, 분명 글쓰기와 시험공부 뇌는 살짝 다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부가 안 되니 도서관에서 휴대폰이든 뭐든 이용해서 글을 조금씩 쓰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집에 가면 공부가 안 된다고, 불안하다고 아내에게 하소연했다. 시험이 2주도 안 남았을 때였다.


"여보, 공부가 안 돼... 이번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음... 글은 조금 있다가 쓰면 안 돼?"


"아... 글?"


아내는 시험을 준비하는 내가 계속 글을 발행하는 것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구독자이시니까...


나는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할 때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더 하는 장수병*을 아직 다 고치지 못했다. 아내는 그런 나를 잘 알기에 가끔 이렇게 직구를 날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려놓으라고 용기 내서 말해준다.


장수병
 - 시험만 다가오면 딴짓을 꼭 하고 싶다.
 - 그런데 시험기간에 해야 재밌다.
 - 시험 끝나고 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어쨌거나 아내의 조언대로 2주간 글쓰기를 끊고 공부를 했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것 같았다. (발표 나보면 알겠지만...)


그런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각의 파도가 미친 듯이 밀려왔다. 그동안 다른 공간에 넣어 두었던 글감들이 하나 둘 떠오르니 생각은 정리가 안 되고 머리는 터져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써야 하는지

무엇을 써야 하는지


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쓰고 싶다는 욕구만 있으니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마치 금단증상 같기도 했다.


이 증상을 치료해 줄 곳은 단 하나.


무지한 나의 상태를 봐줄 도서관으로 향했다.


직장인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나갔고, 메모를 하며 생각을 정리해 나가다 보니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책을 보며 내가 정리한 나에게 맞는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나의 글쓰기 금단증상 처방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쓰라.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휴대폰으로 쓰라. 그리고 날을 잡아 그것들을 다시 정리하라. 주기와 시간은 정할 수 없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 나는 주 2회 평일 비번 주말 비번일 때 시간을 내겠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쌓여서 어디 배출해야 할지 모르는 쓰레기처럼 언제, 어떻게, 무엇을 쓸지 몰라 헤매었었다. 다행히 책을 통해 답을 찾았고 금단증상에서 벗어나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여담이지만 글을 쉬고 있는 동안 내가 애독하는 @페르세우스 브런치 작가님 글 제목 알림을 보고 아주아주 뜨끔했었다. 처음에는 브런치 운영진의 글인 줄로만 알았다.


https://brunch.co.kr/@wonjue/710


오늘에서야 작가님의 글을 읽고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글을 쓰지 않는 다양한 이유는 있겠지만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매일 하는 운동처럼, 글쓰기도 매일 숨 쉬듯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이렇게 유익한 중독이 또 어디 있겠는가. 다시는 글쓰기 금단증상이 오지 않도록 매일 글을 마셔 줘야겠다.




@페르세우스 님,


허락없이 링크걸고 언급해서 죄송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좋은 영감을 주셔서 어젯밤에 생각나는 대로 스마트폰으로 투닥투닥 썼는데, 혹시 실례가 된다면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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