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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랭이 Aug 21. 2023

드디어 하반기 채용 시험을 치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행님~ 오늘 마치고 소주 한 잔 어때요?"


"아~ 쏘리쏘리. 다음 주에 한 잔 하자. 오늘 수요일이라서 일하러 가야 돼"


"아 행님 어쩔 수 없죠. 다음에 봐요~"


기다렸던 하반기 필기시험이 끝나고 같이 공부했던 동생이 한 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결과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체력시험까지 앞으로 딱 한 달 !  방심할 순 없어 !



(필기시험)


뼈를 깎아 준비한 이번 하반기 시험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다섯 과목 100문제를 총 100분 안에 풀고 마킹까지 끝내야 하는 이런 시험은 스피드가 생명이다. 한 과목 20문제를 5분에서 8분 안에 풀어야 마킹까지 여유롭다.


시험 일주일 전, 평소 잘 가지 않던 다른 관내 도서관에 가서 시험 당일 어떤 순서로 문제를 풀건지 미리 계획을 짜놓았었다. 만약 모르는 게 나오면 어떻게 대처하고, 돌발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건지도 완벽에 가깝게 전략을 수립했다.


시험 당일,

국사부터 열었다. 신중해야 했다. 자만은 금물이다. 크게 훑어보니 처음 보는 사료가 딱 하나, 애매한 것 하나다. 총 7분 정도가 소요됐다.


다음은 소방학. 계산문제 두 개를 포함해 모르는 게 5개 넘게 보였다. '아... 어렵게 나온 건가... 망했다...' 모르는 것은 넘기로 작전을 세웠기 때문에 그냥 지나갔다.


이렇게 안 하면 다른 과목에서 풀 수 있는 문제를 못 풀 정도로 시간이 낭비되기 때문에 반드시 시간관리를 잘해야만 한다.


소방법을 열었다. '맙소사...' 또 5개 정도가 보이지 않았다. '진짜 망했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소방 두 과목은 총 10분 정도를 할애한 후 국어로 넘어갔다. 국사 소방에서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국어 문학 비문학에서 집중도 있게 풀어 한 문제라도 더 맞힐 계획이었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풀어나갔다.


이제 대망의 영어.

영어는 단어를 몰라서 못 풀지는 않을 것이고, 독해에 충분히 시간을 쏟아 국어와 마찬가지로 몇 점이라도 더 받을 계획을 갖고 있었다. 30여분 가이 할애해 문제를 모두 풀고 다시 소방으로 돌아갔다.


주문을 걸기도 해보고, 기도도 해보고, 온갖 수를 써봤지만 답이 보이지 않았다. 5개를 찍어야 겨우 90점에서 95점이 나온다.


야속하게도 시계는 종점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지난 1년간 쏟았던 노력의 땀방울이 서서히 말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가장 느낌적인 느낌이 오는 답을 골라 마킹을 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틀린 것일까...


시험장을 박차고 나오는데, 다들 표정이 밝다. 나만 어둡다. 학교 앞 수돗가에 지인들이 모여 문제를 맞보고 있다. 얼핏 들어보니 나와 답이 너무 많이 달랐다.


  '하... 또 아버지한테 뭐라고 말하지?'


풀이 죽어 있는 나를 누군가 부른다. 같이 공부한 동생이다.


  "형님~ 그 3번 문제 몇 번 하셨어요?"


  "응? 나?? 2번 아니가??"


  "어? 저 1번 했는데..."


  "어??? 나도 1번"


   "나도 1번인데"


 '그래... 나만 틀렸구나...'


분명 턱걸이의 조짐이 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1평의 반도 안 되는 좁은 방에 몸을 비집고 넣어 문을 닫았다. 조금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지.


슬그머니 '다음카페'에 들어가 문제 복원된 것을 찾아보고 맞춰보았다. 문제는 거의 다 기억하고 있었다.


복원된 문제와 맞춰 본 결과...


충격적이었다.




소방학, 소방법 각각 5문제씩 찍었는데 모두 맞았고, 조정점수 최상위였다. 어렵게 나오면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아지는 구조다. 국어, 영어도 꽤 괜찮은 점수로 선방했고, 국사도 1문제가 날아간 것 같았다. '시험장에서 맞춰본 건 뭐지...'


표본조사 결과 상위 표본 3명 안으로 어갔다.


'합격... 한 건가?'





나는 이때부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말을 거의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어떤 일이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속단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그 일이 내 인생 걸린 중요한 것이라면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이 신조가 체력, 면접 때까지 계속되어 주변에서 보기에는 불편할 정도로 과하게 시험을 준비한 것도 없잖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두 단계만 더 넘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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