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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매림 Nov 12. 2020

일 트라우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나눈 고민들. 그중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요즘 나 스스로 트라우마가 있다고 느끼는 건 다름 아닌 내 주업이었던 인테리어. 프리랜서로 인테리어일을 할 때마다. 몸과 마음이 생각보다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나 보다. 매번 부족한 예산에 체력을 갈아 넣어 일을 하고 나면, 뿌듯함보다는 현타가 밀려왔다. 다시는 인테리어일을 하지 말아야지 결심도 꽤나 여러 번 했다. 하지만 당장 돈을 벌고 싶은 나는 일이 들어오면 늘 흔들렸다.


지난 추석에 우연한 기회로 새로운 일을 받게 되었다.

사실 이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인테리어 분야 일이라 못 하겠다고 거절도 한 차례 했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다짐은 어디로 가고 없고, 몇 마디 설득에 희망이 생겨버렸고, 또 넘어가 버렸다.


그 이후로 며칠 미라클 모닝을 아예 못 하기도 했고, 방도 다시 엉망이 되고, 조금이라도 많이 먹었다 싶으면 소화도 안돼서 게워내기도 했다. 심장이 두근거려 새벽에 잠이 깨서 자주 듣던 명상 영상을 켜고 다시 잠들기도 했다. 아직 프로젝트는 시작도 안 했는데, 프리랜서가 일 받는 것에 트라우마가 생기다니 참 배가 불렀나 싶기도 하다.




트라우마도 상황에 따라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내 마음속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친구가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것이 참 와 닿았는데,


내가 00일을 했다 > 결과가 좋지 않았다(멘탈 털림, 페이 후려치기 등등) > 반복> 00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스트레스 받음


만약 여기서 결과가 좋았더라면? 네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을까?

결국 내가 이렇게 힘든 건 내가 느끼기에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고, 좋은 결과를 뽑아내면 나의 트라우마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00일을 했다 > 결과가 좋았다반복> 00일을 하는 것이 힘들어도 뿌듯함







약간 아하! 하게 되는 포인트였다. 이번에도 또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압박감, 밤샘, 현장에서의 마찰과 스트레스 그럼에도 최저시급도 안 되는 페이' 이런 부정적인 기억들만 떠오르니 당연히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내가 일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도 일을 하며 좋지 않은 결과가 날까 봐 스트레스받았던 것. 좋지 않은 결과라 함은 일에 따른 결과물도 물론 포함되지만, 그것 보다도 일을 하고도 원하는 만큼의 페이를 받지 못한다던가, 미팅들과 현장 스케줄 때문에 내 일상의 패턴이 무너지는 것, 체력이 떨어져서 아픈 것 등등의 것들이 크게 떠올랐다. 



이왕 하기로 한 일. 이제는 개선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결과'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3가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1. 내가 일한 것에 합당한 페이 받기

2. 생활패턴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일하기

3. 만족할만한 수준의 결과물 만들어내기


좋은 결과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1. 내가 받고 싶은 페이에 대한 자신감과, 설득력 있는 포트폴리오 제시할 것. 계약서를 쓸 것.

2. 일정에 대해 충분히 협의를 하고 안 되는 건 안된다 명확히 전달할 것.

3. 충분한 사전 조사를 토대로 디자인을 계획할 것. 끈기 있게 마지막까지 디테일을 놓치지 않을 것.



이제는 정말로 살아남는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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