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아내와 ISTJ 남편이 사는 얘기

손 잡고 함께 걷는다는 건...

by namddang

지난 주말, 홍양과 장을 보고 와서 주차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손을 꼭 잡고 천천히 이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홍양은 "저분들, 매일 이 시간쯤 단지를 이렇게 산책하신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문득 10여 년 전 파리 출장 중, 베르사유 궁전 앞에서 마주쳤던 장면이 떠올랐다. 허리가 굽은 백발의 노부부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천천히 궁전으로 걷고 있었다. 그분들의 뒷모습은 여전히 생생하다.


며칠 전 읽은 기사도 그 장면들과 겹쳐졌다. (출처:코메디닷컴)

미국 워싱턴 주의 90대 노부부가 존엄사를 선택해 같은 날 생을 마감했다는 내용이었다. 말기 심장질환을 앓던 아내가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신청하자 남편은 "아내 없이는 살 수 없다."며 같은 길을 선택했다. 그들의 60대 딸은 부모의 결정을 존중하며 말했다.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존엄의 문제다. 아빠와 엄마는 마지막 두려움을 함께 이겨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이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그 노부부는 생애 마지막 일주일을 딸과 함께 보내고, 의사가 제공한 약물을 복용한 뒤 와인으로 마지막 건배를 나누고 잠들었다. 그렇게 평생을 함께한 노부부는 마지막 순간도 함께 떠났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레이첼 맥아담스가 주연 (앨리 역)한 영화 '노트북'도 비슷한 내용이다. 평생 서로를 사랑한 노아와 앨리는 요양원에서 손을 잡은 채로 함께 세상을 떠난다. 사회적 신분 차이, 부모의 반대, 오랜 헤어짐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을 보여 주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레이첼 맥아담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 '어바웃타임'과 '노트북' 속 그녀의 모습에서 정확하게 표현은 못하겠지만 홍양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들은 곧 각자의 가정을 꾸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 둘이는 앞으로 20~30년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

생각해 보면 사랑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바로 건강이다. 아무리 잉꼬부부라도 누군가 오랜 시간 병시중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다. 돌봄을 받는 사람 역시 미안함과 늦은 후회 속에서 힘들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미안해"를 반복한들, 건강을 잃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 몸에게 더 잘하는 것이다. 함께 손잡고 오래 걸을 수 있도록.


그리고,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지금, 우리도 존엄사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 고통 속에서 '죽지 못해 사는 삶'이 얼마나 괴로울까? 마지막 순간만큼은 고통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마무리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주차장에서 본 노부부와 오래전 베르사유 궁전 앞에서 마주친 노부부를 다시 떠올린다. 함께 손잡고 서로의 속도에 맞추어 오래 걷는 일 - 어쩌면 평생에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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