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진단받은 첫날. 집으로 가는 길이 눈물 윤슬로 일렁였
내 우울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2020/3/19 정신과의원을 찾아갔고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기 전에는 병은 명명되지 않은 채 증상으로만 공존한다.
진단을 받은 난 이제 우울증 환자가 되었다.
우울증 자가진단을(정신보건센터 사이트 http://www.mapomhc.org에서) 해 본 결과
'심한 우울로 전문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라고 나온 적이 있다.
불안장애 자가진단 테스트도 '전문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라고 나왔다.
나의 증상은 대충 이런 것들이었다.
이유도 모르게 우울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오래된 것 같다.
무기력하다. 만사 귀찮다.
일하기 싫어졌다. 써야 할 제안서를 미루고 미루다가 제출 당일 새벽에야 썼다.
밥을 먹기 너무 귀찮았다. 대충 주전부리로 때우다가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하며 한 끼 먹었다
헛살았다 이뤄 놓은 게 없다는 생각
'이렇게 해봤자... 어차피' 투의 자조적인 생각이 들었다.
만성적인 두통이 있다.
눈알에서 뒷목까지 통증이 머리를 휘감으며 돌아다녔다
수면이 불규칙했다. 자면 새벽에 깼고 다시 잠이 들지 않았다
너무 일찍 자면 너무 일찍 깰 것 같아서 늦게 잤다
가끔 자려고 누웠다가 가슴이 갑갑해서 일어난 적도 있었다.
자기 싫을 때도 있었다. 이렇게 자도 되나?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집에서 화장실 안 가고 나가면 불안하다.
외롭다. 그런데 사람들 많은 곳이 싫다.
진단:
의사가 말했다. 매일매일 환자들을 많이 만나서 경험적으로 아는데
진료실에 들어오는 내 모습이 딱 봐도 우울증으로 보인다고.
우울증은 생리적인 병이라고 했다. 신경이 지친 거라고.
우울증 진단에 슬퍼졌다.
결국 내가 이런 상태였구나.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정신과의원에서 나와 북적이는 거리를 걸었다.
횡단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뇌도 좀 멈추라고 빨간 불을 켠 걸까?
서글프고 허망한 기분에 눈물이 찔끔 났다.
뭐한다고 신경이 지칠 정도로 살았을까?
자전거에 올라 중심을 잡고 페달을 밟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눈물 윤슬로 일렁였다.
약은 아침과 취침 전 두 번 먹는다.
기다랗게 이어진 약봉지가 처연해 보였다.
2020/03/19 첫날밤 수면에 도움을 주는 약을 먹었다.
약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검색으로 바로 찾아볼 수 있었다.
항우울제라고 치고 알약에 새겨진 영문을 뒤에 넣으면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같은 약이라도 용량에 따라 색깔이 달랐다.
취침전 약은
알프라낙스와 데파스라는 약이었다
뭔가 고대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 같았다
알프라낙스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OOOOO3851
1. 불안장애의 치료 및 불안증상의 단기 완화
2. 우울증에 수반하는 불안
3. 정신신체장애(위·십이지장궤양, 과민성 대장증후군, 자율신경 실조증)에서의 불안·긴장·우울·수면장애
4. 공황장애
데파스정 0.5mg (Depas Tab. 500mg)
http://m.kmle.co.kr/viewDrug.php?inx=19397&c=3768432a5f6b3b46d19a69e18920ab48
1. 신경증에서의 불안·긴장·우울·신경쇠약증
2. 우울증에 수반하는 불안·긴장
3. 정신신체장애(고혈압, 위·십이지장궤양)에서의 불안·긴장·우울
4. 다음 질환에서의 불안·긴장·우울 및 근긴장 : 경추증, 요통, 근수축성 두통
5. 다음 질환에 의한 수면장애 : 신경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정신신체장애(고혈압, 위·십이지장궤양
2020/3/20 아침 항우울제 복용 시작했다
약봉지에는 '아침'이라고 쓰여 있었다.
약 이름은 푸록틴과 산도스.
무슨 EDM DJ 이름 같았다.
푸록틴 캡슐 10mg (Proctin Cap. 10mg) - 항우울제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JJJJJ0181
산도스 에스시탈로프람정 5mg -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http://www.druginfo.co.kr/cp/msdNew/detail/product_cp.aspx?cppid=210549&cpingPid=5929&cpingPid_List=5929
이제 하루를 항우울제로 시작한다.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모른다
글을 오래 집중하여 쓰기 힘들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