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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Jan 26. 2017

공각기동대와 거대 공간

시대 전환기에서 새로운 존재 출현의 배경이 되는 공간


수정궁 1851 - 테크놀로지 시대로의 전환


산업혁명으로 산업사회로 성장한다.

공업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이루어졌고 철, 유리, 콘크리트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영국은 1750년에서 1850년 사이 인구가 6백만에서 천 4백만으로 증가했다.

이때 영국에서 최초로  대규모 세계박람회가 열렸다. 조셉 팍스톤은 이를 수용하기 위해 대규모 공공건물로 세워졌다. 이는 근대 건축사에서 큰 전환점으로 기록되는 일이다. 팍스톤은 단 9일 만에 장변 560미터, 단변 137미터의 평면을 계획하였으며 3개월 만에 부재가 만들어지고 다시 건설에 3개월 소요되었다. 이것은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한 일반적 신념을 증명하는 것이었으며, 거의 종교적이라고 할 감정들이 거대하고 밝은 공간에 의해 유발되었다.(노버그 슐츠, 서양 건축의 본질적 의미) 이것은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도래한 세상의 공간을 설득력 있게 구체화시켜주는 재료의 상징적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었으며 단일부 내와 전체 크기의 광대함의 대조로써 그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즉 수정궁을 설계한 팍스톤은 그 시대의 새로운 재료인 철골과 규격화된 부재의 조립식 공법이라는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접근함으로써, 새로운 건축적 사고와 디자인 접근 방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수정궁은 18세기와 19세기에 전개되어 온 엔지니어의 미학적 전통에 따라서 테크놀로지를 훌륭한 미학적 해법으로 통합시킨, 유리와 금속 부재로 건설된 대규모 건물이다. 그것은 최초로 하나의 미학으로서 테크놀로지의 개념이 가장 잘 구체화된 경우로 평가받고 있다. (길성호, 현대건축 사고론)

수정궁

이러한 수정궁의 건축적 의미는 테크놀로지를 통한 그 시대의 가치관과 열망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광대한 공간은 산업사회의 확장과 무한한 성장에 대한 확신감을 전해주고 있다.




공각기동대에서의 절정 공간 - 2029 - 미래사회에서의 새로운 존재의 탄생


서기 2029년, 수많은 전쟁은 과학 기술의 발달을 급속도로 촉진시켰고, 사이보그에 대한 기술도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부상이나 사고에 의해서 혹은 필요에 의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사이보그 바디로 대체하고, 전쟁이나 위험한 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사이보그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모든 생활이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는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통신 네트워크화는 전뇌 기술의 혁신을 불러왔고, 2000년을 넘어섰을 때에는 국가 간의 벽을 넘어선 전 세계적인 것이 되었다. 이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2029년에는 글로벌한 네트워크가 한층 더 복잡하고 정교한 것이 되었다. 정보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는 정부나 기업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도 전뇌 네트워크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 마모루에 의해 1995년 제작된 공각기동대는 인간의 기억과 의지까지 조작하는 천재 해커와 사이보그 테러진압 부대 간의 대결을 그린 SF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계속 묻고 있는 것은 미래사회에서 사이보그와 고스트로 대변되는 새로운 인격적 존재의 출현과 그로 인한 인간 주체성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주인공이 쿠사나기는 자신의 주체성에 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인물로 미래사회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인체를 가지고 있다. 몸의 대부분을 사이보그화 했으며, 뇌의 일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로봇이다. 그녀의 전뇌는 지구 상의 어떤 컴퓨터 네트워크와도 접속할 수 있다. 이런 쿠사나기에게 인형사의 출현은 자신의 진정한 영혼 즉 고스트를 의심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공각기동대에서 인형사는 쿠사나기와 융합되길 원하는 프로젝트 넘버 2501의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사람의 고스트를 해킹하여 인형 조종사, 즉 인형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 네트워크에서 생성된 하나의 생명체 즉 영혼으로 대변될 수 있다.


공각기동대

이렇게 새롭게 출현한 [육체-사이보그-쿠사나기]와 [영혼-프로그램-인형사]가 융합하는 배경으로 폐허가 된 고고학 박물관이 나온다. 열주가 세워진 아일의 벽에는 화석이 전시되어 있고. 네이브의 상부는 거대한 유리 볼트 지붕으로 덮여져 있으며 그 긴 축의 끝에는 세피로트의 나무(생명진화 계통도)가 새겨져 있다. 바로 이 안에서 쿠사나기는 인형사와 융합하게 된다. 즉 인류 역사의 흔적들이 담겨 있는 이 웅대한 공간은 사이보그와 고스트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존재의 탄생 배경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융합된어 탄생한 새로운 존재인 소녀는 이렇게 말한다.


"자 어디로 갈까... 네트는 방대하니까."


이것은 새로운 미래사회를 암시하는 말이며 또한 새로운 존재의 시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박물관의 공간은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점이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시대적 전환점으로서의 건축



고대의 바실리카, 초기 크리스트교의 바실리카, 수정궁, 공각기동대의 박물관 공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정궁에서 보이는 특징은 거대한 공간과 그것이 공공시설로 사용되었다는 것인데. 과거 고대 로마 시대의 공공시설이었던 바실리카도 공공시설로서 융통성 있는 거대 공간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의 혁신적인 신념을 나타내는 공간으로서 수정궁이 가지는 의미를 볼 때 그것은 바실리카에서 보이는 것처럼 또 초기 크리스트교의 바실리카 형의 교회에서 보이는 것처럼 열주들로 둘러싸인 네이브에 상부의 개구부를 통한 빛의 유입으로 풍부한 공간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거의 클리어 스토리는 그 시대의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장대한 유리천장이 덮여 있다. 평면의 형태에서도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수많은 열주들이 서 있고 그곳은 2층으로 되어있다. 2층의 각 부분도 가운데가 뚫려있고 통로 공간이 둘러싸여 있는 형채로서 전체의 구성이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실리카


바실리카
수정궁


수정궁
공각기동대의 박물관
공각기동대의 박물관



미래의 새로운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는 공각기동대의 절정이 되는 공간이 고대와 같은 과거의 건축적인 유형을 보여주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공간의 기능적이 측면만 따지자면 사이보그 인체와 네트워크 영혼이 융합하는 데는 어떤 실험실이나 병원 같은 공간이면 되는데 굳이 그 큰 박물관에서 만나게 했냐는 것이다. 영화 속 미래의 모습에서 보이는 고대의 건물 유형은 비단 공각기동대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같은 경우 창조자가 있는 건물이 피라미드를 닮아있다.




앞에서도 말했던 바와 같이 공각기동대에서는 [사이보그-미래사회의 새로운 인체]와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진 생명체-미래사회의 새로운 영혼]가 융합하여 정보사회의 새로운 존재 유형이 탄생하는 것이 영화의 절정에 해당한다. 그것은 어떤 신성함, 종교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초기 크리스트 교회의 유형과 비슷한 공간이 배경으로서 사용되고 있다. 거기에 화석과 세피로트의 나무와 같은 모티브와 같이 등장함으로써 그 공간이 가지는 상징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즉 공각기동대에서 박물관은 정보화 사회에서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과거에 있던 것이 현재를 지나 미래에도 있는 시간성 의미를 강조하고 그 웅대함 속에서 새로운 탄생을 더욱 신성하게 만드는 배경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얼마 전 공각기동대 할리우드 실사판 영화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공간들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구현할지 사뭇 기대.... 된다고 하기엔 예고편이 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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