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병원 입원기
방콕에 도착한 나는 여전히 약을 먹고 있었지만, 상태는 완전하지 못했다. 결국, 큰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카오산 로드에서 30분쯤 걸리는 곳에 있는 방콕 미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요로결석이었다. 치료방법은 절개해서 없애는 방법이 있고, 무슨 웨이브로 결석을 분쇄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여행 중 길게 입원하지 않아도 되고, 방법도 간단한 무슨 웨이브로 시술하는 치료를 선택했다. 찾아보니 ‘체외충격파 쇄석술’이라는 치료법이었다.
비유하자면, 옛날 해적판 만화의 주인공 용소야가 피땀 나는 수련으로 달성한 통배권이라는 무술이 있는데, 바로 그 권법과 같은 원리였다. 통배권을 사용하여 항아리의 전면을 때리면 맞은 면은 멀쩡하고 그 뒷면이 깨져 버린다. 체외충격파 쇄석술 또한 충격파가 발생하는 지점에서 반사장치를 이용해 충격의 초점을 배 안에 있는 결석에 맞춰 깨부순다. 조그맣게 부서진 돌이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오면 요로 결석이 치료되는 것이다.
요로결석으로 인한 통증은 치통, 산통과 더불어 인간이 참기 어려운 3대 통증으로 여겨지고 있다고도 하는데, 여행자 보험도 있고 돈은 다시 받을 수 있느니 바로 시술을 결정했다. 어서 그 통증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의도치 않게 타국에서 의료 관광을 하게 되었다. 이곳 또한 매우 친절한 병원이었다. 환자 한 명마다 가이드가 한 명씩 붙는다. 도어맨처럼 병원에 발을 내딛는 순간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고 접수, 진료, 계산 모든 절차로 이동할 때 안내하며 병원을 떠날 때 택시를 불러주고 배웅도 해주었다.
하루 입원하기로 하고 침대에 실려 수술실에 들어갔다. 커다란 기계가 옆에 있는 수술대 위에 눕자 미끈한 크림을 바른 고무공 같은 걸 갖다 댔다. 지잉…. 약간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치료하는 건가? 기다리는 건지 치료하고 있는 건지 알쏭달쏭해하며 한참을 그렇게 얌전히 누워있었는데, 담당 의사가 들어왔다. 이제 시술을 시작한다고 했다. 시작한 게 아니었구나. 의사는 너무 아프면 손을 들라고 했다. 엥? 뭔가 많이 아픈 것인가? 절개도 안 하니까 ‘심플’하고 아프지 않다고 한 것 같았는데…. 이건!!
'음……. 끅!'
비명도 안 나온다. 요로에 딱밤을 때리는 것 같다. 아니 그보다 더 아프다. 요로를 고무줄 튕기는 것처럼 뜯는 것 같다. 요로 결석으로 인한 통증만큼이나 치료 충격파로 인한 통증도 엄청났다. 미간은 나도 모르게 찌푸려지고, 제기랄, 어금니가 꽉 깨물어진다. 아 그래, 너무 아프면 손을 들라고 했다. 손을 들었다. 그러니 의사가 링거 호수에 진통제를 더 넣어준다. 손을 들라는 게 ‘여기 진통제 추가요~.’라고 부르라는 것이었구나. 하….
의식은 홍냥홍냥 우주를 헤매는 듯하고, 통증은 좀 약해지는데 귓가에서 소리가 계속 들린다.
딱! 딱! 딱! 딱!
충격파를 생산하는 기계 소리.
딱! 딱! 딱! 딱!
시술이 끝나자 기운이 쏙 빠졌다.
그렇게 시술이 끝난 후 하루 입원하였다. 소박한 여행자에게 1인용 병실은 번듯한 호텔과 같았다.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할 수 있었고 (더운 나라였지만 나보다 아내에겐 따뜻한 물을 맞는 게 절실히 그리운 일이었다.) 에어컨 디셔 닝 설비가 선선하고 쾌적한 공기를 유지시키고 있었다. 때가 되면 옷을 갈아입혀 주었고 식사가 나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편히 쉬면서 물을 3ℓ이상 많이 마셔주는 것뿐이었다. 병상에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면서 화장실에 갈 시간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커다란 물 한 병이 다 비워질 때쯤 소변이 마렵기 시작했다. 어떤 게 나올지 궁금하고 조마조마했다.
소변에는 피와 부서진 돌조각이 섞여 나왔다. 퇴원 후 일주일쯤 방콕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몸 상태가 정상적으로 호전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병원에 가봤지만, 의사는 약을 먹으면서 좀 더 기다려 보라고 할 뿐이었다. 바로 그날 저녁, 여행 중에 편하게 놀지 못하는 것이 억울하여 '에라 모르겠다.' 맥주를 한 잔 마셨는데, 인생 샷을 본 것이다. 무언가 걸렸다가 탁 빠져나가는 느낌. 그날 밤의 개운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몸은 완전히 가벼워졌고 실제로 살 또한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서 나는 옆구리를 흠칫하게 하는 그 소리가 몸에 진한 점을 꾸욱 눌러 찍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팔의 산길을 등반하며 듣게 된 '케미컬 브라더스'의 '스타 기타'. 음악의 시작에 나오는 부딪침의 소리. 그것의 통증의 경험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딱! 딱딱!
딱! 딱딱!
베이스 사운드가 약한 이어폰이 용소야도 놀랄만한 체외충격파 쇄석술을 다시 시술하는 듯했다.
여행에서 그렇게 흉터 없는 흔적 하나를 내 안 어딘가에 새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