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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Mar 18. 2017

양곤의 두 남자 1

여행에서 만난 인간

양곤의 세 소녀들이 귀한 마음으로 베푼 대접을 받은 다음 날, 우리는 바간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예약하러 나갔다. 낮에는 너무 더워 숙소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도로 곳곳에 자가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매캐한 냄새와 소음이 더운 날씨를 더 감당하기 힘들게 하였다. 결국, 해가 거의 다 질 무렵 밖으로 나왔다. 기차역 부근에 여행사들이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기차역에 가서 물어보니 어디 버스 스테이션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 시간에 갔다 오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철길 건너편에 여행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래로 철도가 뻗어있는 다리 위를 건넜다. 가운데는 차들이 지나가고, 양옆으로 인도가 있는 평범한 다리였다. 다리 아래를 길게 가로질러 가는 철도를 보니 좀 아찔해 보이기도 했다. 여행사들이 있는 곳에 가니 거의 문을 다 닫았고 한두 곳만 열려있었다. 여행사 두 군데를 가봤는데 버스 가격이 싸면 버스터미널까지 픽업이 비쌌고 픽업이 무료면 버스 가격이 비쌌다. 다른 여행사 한 곳을 더 찾았는데 가게 문은 닫아놓고 어두운 가게 앞에 테이블 하나, 플래시 불빛 하나 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의 버스 출발 시각과 조건이 좀 더 좋아서 결국 거기서 표를 샀다. 버스푯값으로 3600짯. 지폐 한 뭉치를 크로스 백에서 꺼내 지급했다. 여행사 여러 곳을 다니면서 흥정하느라 기운이 빠졌다. 배도 고팠다. 이미 어두워진 다리 위를 건너 숙소로 향했다.



헤이, 헤이.

     

다리를 건너는데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건다.


'여기까지 호객꾼이 진출해 있나?'     


노, 노 땡큐.   

  

양곤에는 인도계 사람들이 환전 장사를 위해 호객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 좋지 않으니까 거래하지 말라는 정보를 들었었기에 그 사람에게 거절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지 않고 계속 따라오면서 말을 걸었다. 


'끈질기구먼.'     


노 땡큐. 노 땡큐. 

    

다시 거절의 의사를 정중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비췄다.

그런데 이 사람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선다.  

기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다리 밑으로 지나갔다.

다리 위는 가로등 불빛 하나 없이 어둡다. 진하고 뾰족한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렸고 야윈 행색이었다. 허름한 점퍼에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 옆에 한 명이 더 있다. 밝은 피부에 작은 눈, 동그란 얼굴에 키가 작은 체형이었다.

     

헤이, 스탑! 기브 미 더 머니! 깁미 원 헌드레드 달러!

    

호객꾼이 아니다. 뾰족한 얼굴의 사람이 크로스 백 끈을 가로챈다. 크로스 백을 정말 크로스로 매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깁미 더 머니! 깁미 더 머니!


꺄아악! 


아내의 비명이 들린다.


노~ 노~

     

한 손으로 크로스 백을 꽉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내의 속을 꼭 쥐고 몸 뒤로 숨게 했다.  

   

도운 두 디스. 도운트!

    

뒤에서 아내가 소리친다. 옆으로 버스가 한 대 지나간다. 인도 위에는 아무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헬프 미! 헬프 미!

     

버스를 향해 아내가 소리쳤지만 소용없다.

뾰족한 얼굴의 사람이 가방끈을 당겼지만 그렇게 힘이 세지는 않다.

     

헤이 노 노~

     

난 슬슬 웃는 얼굴로 가방은 계속 몸쪽으로 당겼다.

그때 옆으로 행인들 세 명이 지나간다. 아내가 헬프미를 연신 외친다.   

  

쏘리 베리 쏘리. 아임 헝그리 아임 헝그리.


도둑들은 불쌍한 척 태도를 바꿨다. 행인들은 이상한 듯 보다가 지나가 버렸다.


아이 쓰벌…….

  

뾰족한 얼굴이 눈을 부릅 크게 뜨며 주먹을 번쩍 들었다.

이제 두 남자는 강도다.






*노파심에 알립니다. 위 사진의 사람은 실제 이야기 속 강도와 상관없어요. 저긴 미얀마 바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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