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위반 리스트 업 소설
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고 똥을 누었다.
상쾌한 아침의 시작이다.
전날 밤에는 휘파람을 불면서 손톱을 깎았다.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이 깨어 가와 사랑을 나누었다.
누워있는 서로를 넘으며 깔깔 웃고
땀과 애액과 피로 범벅이 된 침대를 둘이서 같이 핥고 빨았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가는 이가 빠진 그릇에 밥을 퍼 담고 숟가락을 밥에 꽂았다.
아침은 가가 닭날개 요리를 했다. 하가 두 번째로 가장 좋아하는 요리다.
첫 번째는?
앞에 말했잖아.
닭날개를 먹어서 그런 건 아니지만 둘은 바람을 피웠고 그 경험을 공유했다.
위반의 쾌락을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사랑은 더 두터워졌다.
가는 매년 하에게 신발을 생일 선물로 받고 사랑을 느낀다.
‘사랑한다. 나의 하.’
둘은 같은 배에서 태어났기에 더욱 끈끈하다. 결혼할 필요도 없고 헤어질 일도 없었다.
동성이었기에 아이 없이 둘이서 잘 지내면 그만이었다. 둘 다 아이를 원하지도 않았다.
아침을 먹고 가는 나갈 채비를 하였다. 가가 문밖을 나섰다. 현관에 걸려 있는 십자가가 비뚤어져 있었다. 짧은 세로가 아래를 향하게 수직을 맞추었다. 현관 옆에는 문패가 걸려 있다.
‘하와 가’
진한 빨강으로 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것 역시 거꾸로.
그들은 4층에 산다. 엘리베이터 ‘F’ 버튼 옆에 u와 c와 k를, 그리고 y와 o와 u를 쓴 건 가가 아닌 하였다.
가는 518번째 그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그의 집 앞에 섰다.
문을 열어라
집 앞을 지키던 사내가 문을 열어 주었다.
이렇게 쓰면 읽고 있는 당신은 이게 말이 되냐며 개연성이 없다, 그럴듯하지 못하다, 그렇게 쉽게 문을 열어주고 하는 게 어디있냐며 말도 안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써보고 싶은 거다. 뭔가 말이 되게 써야 한다는 치밀함을 위반하고 싶다. '내 맘이다. 씨바' 이러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련다.
사내가 문을 열어 주었다.
정원에는 까마귀가 가를 반겨주었다. 가는 까마귀에게 먹이를 주고 까악까악 소리에 발걸음을 맞춰 총총 집 안으로 들어갔다.
517일 동안 5시 18분이 되면 그의 앞에 섰다.
별로 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그의 돈 51,800원을 쓰고 오는 것이었다. 29만 원 밖에 없다고 한 적이 있는 그였지만, 그의 금고에는 518일 동안 51,800원을 쓰고도 남을 넉넉한 돈이 들어 있었다.
“돈은 이렇게 쓰는 거지.”
가와 하는 517일간 매일 기름칠을 하고 돌돌 만 만 원짜리 지례를 그의 몸에 있는 구멍 중에 다섯 개의 구멍에 넣었다.
그리고 불을 댕겼다.
4,137개째 100원짜리 동전이 달구어졌다. 피부 밑으로 달구어진 동전을 하나 넣었다. 그의 피부 밑에 있는 4,136개의 이순신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어느 부위는 부패되어 이순신 얼굴이 검게 덮여 보이지 않았다. 진물이 흐르는 얼굴의 그가 어눌한 발음으로 가에게 물었다.
어제는 왜 안 왔습니까?
그는 끄윽끄윽 잘 나오지 않는 소리로 울었다. 그 전날 하가 말한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이 517일 째야. 내일이 마지막 날이네. 좋겠다.
518일째였던 어제 그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매일 오던 가와 하가 그날은 오지 않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얼른 와서 죽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오지 말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떤 인기척이라도 들리면 몸이 두려움에 미친 듯이 떨렸다. 그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처음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정수리에 뜨거운 동전을 끼워 넣으면서 518일 동안 이렇게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이 무슨 이유로 이러는지는 알 것 같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날짜가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어서 두려웠다. 그러면 가와 하가 며칠 째라는 것을 한 번씩 알려 주었다. 그걸 들으면 이제는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서 또 무서웠다.
어제가 오백... 십팔일... 마지막이었지 않습니까. 왜 안 왔습니까?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규칙은 위반하기 위해 있는 거야.
518일? 네가 죽인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가족들, 그들의 시간에 비하면 518일은 아무것도 아냐.
가는 그가 묶인 의자를 방문 앞으로 끌고 왔다. 그가 고개를 치켜들게 하고 그의 눈꺼풀을 당겼다. 눈알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안구가 마르고 그가 비명을 삼켰다. 눈꺼풀 밑으로 동전을 넣었다. 다른 쪽에 하나 더.
이제 동전이 5개 남았어. 어디에 넣을까? 영원히 돈과 같이 있을 수 있게 도와줄게.
거품 그득한 말투로 그가 흥분해서 울부짖었다.
뭐라고? 인간이 어떻게 그럴
말이 끝나기 전에 가는 그의 울대를 쳤다.
쿡쿡 쿨럭
그의 호흡이 막혔다.
인간? 너랑 상관없는 말이야.
마지막 51,500원을 그의 몸에 다 꽂지는 않았다.
기름에 적신 지폐를 그의 얼굴에 발랐다. 지폐가 그의 콧구멍과 입에 탁 붙었다.
얼마 동안 숨이 막혀 꿈틀거리던 그가 오줌을 쌌다.
가는 문지방을 밟고 넘어 피했다.
가는 그의 머리통에 불을 붙였다.
그 불은 그의 집을 다 태웠다.
하가 빨래를 널고 있던 연남동에서도
저 너머 동네의 그 불이 환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