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그런 날

햇살

by 현우

13시 40분


“여보세요.”


“응.”


“응, 밥 먹고 이제 일 시작했어. 여보는 밥 먹었니?”


“응. 오늘도 일 마치면 바로 내려가야지.”


“아, 그래? 밖에 안 나가봐서 몰랐네.”


의자를 돌려 블라인드를 젖히고 창밖을 본다.

전화 너머 아내가 말한 그 따스한 햇살이

유리창 밖으로 가득 쏟아지고 있다.


잠시 1층으로 내려가
햇살을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햇살이 그런 날이 있다.
특별한 일은 없는데
괜히 마음이 한 톤 밝아지는 날.


아직 바람은 차가운데
햇빛만 먼저 와서
“곧이야” 하고 알려주는 날.


봄은 늘 그렇게
성급하지도, 요란하지도 않게 온다.


잠깐 햇살을 맞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정리된 것 같다.


“아, 계절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순간.


큰 결론 없이도,
그냥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괜찮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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