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속에 들어앉아 멍하니 앉아 있다, 곱지 않은 몸매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문득 오른쪽 무릎에 조금 작은 멍이 들어 있는 걸 알아차렸다.
언제 무릎 위에 곱게 자리 잡았는지, 왜 생겼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도 영 모르겠어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무심결에 멍을 꾹- 눌러보니 욱신- 하고 통증이 살짝 올라왔다.
작은 크기지만, 멍 자국이 꽤 짙게 들었다. 피멍이 들었나?
그다지 보기 좋지 않아 손으로 문질러 보지만 없어질 리 만무하다.
다시 한번 눌러보지만 여전히 욱신거리는 건 마찬가지.
하는 수 없이 무릎 위에 손바닥을 살짝 얹었다. 보기 싫어도, 아프다 해도 잘라내어 버릴 수 없는 거니까…
지금은 누르면 잠시 아프지만, 곧 나아질 테니까....
애니메이션 허니와 클로버를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주인공 타케모토 유타의 독백을 조용히 마음에 담았다.
“달려가자, 소중한 것을 품에 안고
어찌해야 하지 모르는 난감한 미래를..
불안도..
고민도..
닿지 않는 마음도..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도...
모든 것을 내팽개 치지 않는 자신도...
아무리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그 나날 조차도...
나는.....”
당장은 없애버릴 수 없는, 후회로 가득한 지나가버린 시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남겨진 멍 같은 지나온 시간들에 너무 집중하지 말아야겠다.
그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품고 걸어 나간다면, 분명 마음속 멍은 점점 옅어지겠지.
품에 안고 한걸음 씩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