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종병기 May 11. 2019

<셰이프 오브 워터> - 내가 사랑했던 당신의 모양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2019년 2월 24일 제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지난 해 작품상, 음악상, 감독상 등 세 개 부문 수상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작품 한 번 감상 어떠한가요?



Shape Of Water, 직역하면 물의 모양, ‘모양’이라는 것을 물리적인 모양이 아닌 그가 가진 성격, 특성으로 넓게 해석하고 사랑과 비교해봅니다.


1.

 ㅇ 물은 수소와 산소로 결합된 화합물로, 물의 화학적 성질은 수소와 산소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물질입니다.

 ㅇ 사랑은 여자와 남자가 결합하여 진행되는 일련의 사건으로 남성과 여성이 보여주는 특성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2.

 ㅇ 물은 단단한 수소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른 화합물에 비해 온도를 높이거나 상태를 바꾸는데 매우 큰 에너지가 필요한 물질입니다.

 ㅇ 사랑을 확인한 두 남녀를 떼어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 불가피한 이별을 해야 할 경우 두 남녀는 죽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3.

 ㅇ 상온에서 액체인 물은 0도 이하로 떨어지면, 고체 상태인 얼음이 되며 밀도가 낮아져 물에 동동 뜨게 됩니다.

 ㅇ 사랑이 식으면 그 이전보다 더 냉랭하고 딱딱하며 깃털처럼 가벼운 관계가 됩니다. 


4.

 ㅇ 순수한 물은 전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 ㅇ 사랑에도 불순물이 섞여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속에 사랑이 공고해집니다.


5.

 ㅇ 물은 우리 인체의, 지구 구성 물질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물 없이 최장시간 생존한 기록은 18일입니다.

 ㅇ 우리 삶의 대부분은 사랑으로 채워져 있으며 사람과의 우호적인 관계 없이 며칠을 버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6.

 ㅇ 액체인 물은 비정형으로 담는 용기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됩니다.

 ㅇ 사랑의 여러 빛깔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으며, 그 사랑이 담겨 있는 남녀에 따라 그 사랑의 모양과 양상이 달라집니다.


7.

 ㅇ 극성 분자인 물은 다른 고체를 잘 녹이는 성질을 가졌으며, 온도가 올라가면 그 용해도가 더욱 올라갑니다.

 ㅇ 사랑에 빠지면 사랑을 방해하는 어떤 방해물도 사랑 속에 녹아 사라지며, 사랑의 온도가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둘을 포용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8.

 ㅇ 섭씨온도는 물의 어는 점을 0으로 끓는 점을 100으로 하여 100등분한 값입니다. 그리고 무게 1g은 물 1cm3의 무게로 정의합니다. 고로 물의 밀도 1을 기준으로 다른 물체의 밀도를 측정합니다.

 ㅇ 사랑은 모든 것의 기준이 됩니다.우리는 사랑을 하기 위해, 또는 받기 위해 태어납니다.


9.

 ㅇ 우주 탐사시 생명체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손쉬운 방법은 물의 존재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 ㅇ 사랑의 존재로 생명이 탄생합니다. 사랑은 생명을 상징하는 그 자체입니다.


10.

 ㅇ 지구는 물이 순환하면서 자신을 청소하고, 생명체에게 물을 공급하며, 기온을 유지합니다.

 ㅇ 당신은 사랑의 결과물이고, 당신도 사랑을 하고 있으며, 당신의 자식도 사랑을 하는 순환 속에서 생명이 유지됩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은 단 2시간 남짓의 영화로 사랑의 다양한 측면과 모양을 상기하게 하는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Shape Of Water, 전년도 작품상인 Moon Light에 이어 마이너리티의 사랑과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냉전체제로 미소가 대립하던 1960년대, 소통되지 않는 타자는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인 잔인한 시대를 배경으로 이 영화는 존중받지 못하는 마이너리티들이 영화를 끌고 갑니다. 수화로 소통하는 작고 불품 없는, ‘장애’를 가진 ‘여성’ 엘라이자와 그녀의 직장동료인 ‘흑인’ 친구, ‘동성애자’임에 틀림 없는 화가, 그리고 대강 한 눈으로 봐도 우리와 다른 생명체임이 확실한 실험 대상 ‘양서류 생명체’.


로맨스 영화의 공식인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과 매력적인 남성, 그리고 달콤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 서로를 갈구하는 멘트 하나 없이도 감성을 촉촉히 적시는 러브씬을 보여줍니다.


여자 주인공은 매력적이지만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외모를 가졌고, 양서류 생명체는 사실 숫컷인지 암컷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둘은 대화를 나눌 수가 없죠. 사실 개구리를 닮은 것 같기도, 에일리언이 연상되기도, 보기에 따라서 징그럽다 생각할 수 있는 생명체와의 로맨스라면 그 장면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둘의 로맨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와중에 양서류 생명체의 몸매를 보고 ‘아, 역시 외모보다는 몸매구나.’ 라고 판단하신다면, 참 큰일이네요.


어쨌든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났지만, 영화 속에서 둘의 로맨스에 공감하고 절절하게 와 닿으며, 뛰어난 몰입도를 가지고 영화 중반 이후는 이 영화에 멱살을 잡히고 질질 끌려 가는 것은, 소통을 못하는(혹은 하려고 하지 않는, 그래서 조용한 여자에게 성적인 페티쉬를 가진) 악역을 사이에 두고 처한 위기 속에서 등장인물이 함께 서로를 이해하며 바라보는 절실한 눈빛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깨닫게 됩니다.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의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요.

정말 아름다운 그림


60년대를 그려낸 영화 속 소품과 색감,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그리고 타자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사회, 계층과 지역에 따라 편 가르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차별을 조장하는 이기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에 우리에게 던지는 다양한 모양의 사랑에 대한 메세지. 무엇보다도 어떤 로맨스 영화도 주기 힘들었던 이 영화가 주는 따뜻함에 매료됩니다.


소통을 위한 SNS가 늘 우리의 곁을 강물처럼 흐르고 있지만, 진정한 소통은 피상적인 인사와 근황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연민에서 출발한다는 식상하지만 어려운 이야기.


내가 불완전한 존재란걸 모르는 눈빛이에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니까요.

엘라이자 에스포지토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이 불완전하다고 생각되나요? 그 사람이 나를 위해 변하기를 원하나요?

하지만 그를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그것이 바로 사랑이니까요.


<끝>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written by 최종병기, ⓒ 최종병기

병맛나는 삼류 쌈마이 글,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지만 출처는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PS파트너> - 마왕을 추억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