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얹는 촛불 (1/3)

돌아오지 않는 강의 규칙

by 최종병기

강은 조용했다.

조용한데도, 물은 움직였다.


배가 있었다.

작은 배였다.

그 위에 그와 검은 그림자가 앉아 있었다.


검은 그림자가 노를 쥐었다.

노가 물을 갈랐다.

배가 천천히 나아갔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끝이 정해질 것 같아서였다.


검은 그림자가 고개를 약간 숙였다.

중얼거리는 소리였다.


“건너면… 다시는.”


그는 끝을 듣지 않았다.

끝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배가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물은 물비린내가 났다.

그 냄새가 그를 차갑게 깜싸안았다.


그때였다.

삐—.

아주 얇은 소리.

높은 잿빛 하늘이 있었다.

하늘은 텅 비어 있었다.

빈 하늘에 소리는 있었다.


삐— 삐—.

이번엔 두 번.

소리가 위에서 겹쳐 내려왔다.

물소리와 섞이는데도 또렷했다.


그르르르르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여기요…여…”


말 끝이 뭉개졌다.

울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숨이 길게 끌렸다.


그는 숨을 들이켰다.

배는 계속 움직였는데, 공기는 갑자기 멈춘 것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낮은 목소리.

울음이 묻은 목소리.

끝이 자꾸 흐려졌다.

그는 그 목소리를 안다고 생각했다.

아닌가.

안다고 믿고 싶었다.


삐—.

삐—.


검은 그림자는 무심히 않게 노를 저었다.

무심히, 라는 말이 가장 적당했다.

그는 노를 쥔 검은 그림자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 끝이 울렁거렸다.

차가운 물을 오래 잡은 손처럼.


“서준아…”


이름이 불렸다.

끝이 길게 늘어졌다.

그는 그 이름이 자신이라는 걸 알았다.

그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손가락이 아주 조금, 그도 모르게 오므라들었다.

그는 그 움직임을 보고 더 겁이 났다.


“서준아, 들… 려…? 야, 너—”


뒤는 소리가 아니었다.

울림만 남았다.

찢어진 숨이 한 번, 더 길게 늘어졌다.

그는 입을 열었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혀가 물에 잠긴 것 같았다.


검은 그림자가 말했다.

이번에도 끝이 없는 문장이었다.


“소리는… 따라옵니다.”


배가 나아갔다.

강의 한가운데로.


삐— 삐—.


하늘에서 소리가 규칙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2편에서 계속>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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