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점 (3/3)

파이널 컷 (Final Cut)

by 최종병기
1편 : https://brunch.co.kr/@killm3/97
2편 : https://brunch.co.kr/@killm3/98


[오전 07:00 기상 모드]

[수면 효율: 99% / 스트레스 잔여량: 0% (Clean)]


도현은 눈을 떴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유난히 좋았다. 머릿속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뇌를 깨끗한 물에 헹궈낸 듯 상쾌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 물줄기를 맞는데 손가락 끝이 따끔했다.


부러진 손톱. "어디서 부딪혔나..."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손톱깎이로 덜렁거리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잘라냈다. 살이 드러나 쓰라렸지만, 살색 밴드를 붙이니 깔끔했다. 흉한 것은 가리면 그만이다.

그는 드레스룸에서 가장 아끼는 넥타이를 매고 거울을 보며 미소 지었다. 완벽했다. 거울 속의 남자는 어제보다 더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거실로 나오자 켜두었던 TV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찰은 어제저녁 OO공원 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20대 여성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피해자는 인근 회사에 재직 중인 이수진 씨로 밝혀졌으며..."


도현은 구두 주걱으로 구두 뒤축을 맞추며 혀를 찼다.


"젊은 사람이... 세상 참 무서워서 원."


그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타인의 불행에 보내는 딱 그만큼의, 예의 바르고 얄팍한 안타까움. 피해자의 이름이 낯익었지만, 그의 뇌는 그 정보를 [스팸] 처리했다. 불편한 정보니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는 현관문 도어록 손잡이를 잡았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폐부로 들어올 것이다. 그때였다.


쾅- 쾅- 쾅!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비상계단 쪽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리더니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김도현 씨! 안에 있는 거 압니다!"


이내 문이 열리자 파도처럼 들이닥친 형사들이 도현의 양팔을 거칠게 꺾어 올렸다. 우당탕, 신발장의 구두들이 흩어졌다.


"김도현, 당신을 이수진 살해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철컥. 양손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도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공포나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그저 이해할 수 없다는 순수한 당혹감만이 가득했다. 그는 억울함에, 아니 황당함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보세요, 형사님들.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형사들이 대답 없이 그를 거칠게 끌고 나갔다. 복도에 나온 앞집과 옆집의 이웃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도현은 질질 끌려가며 생각했다. 자신이 왜 잡혀가는지, 죽은 여자가 누구인지, 그는 정말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그는 무고한 시민이었고, 성실한 직장인이었으며, 어젯밤 꿀잠을 잔 행복한 사람이었다.

다만, 수갑에 눌린 손목이 비틀리자 밴드를 붙인 검지 손톱 밑이 욱신거렸다. 그는 맑은 눈으로 자신을 잡은 형사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아, 거 살살 좀 하죠. 손톱이 아픈데."


닫힌 현관문 틈으로, 거실 TV 소리만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했으나, 현장에 남은 결정적인 증거까지는 삭제하지 못했습니다..."


<끝>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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