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83일차
아이들은 어렸을 때 종종 할머니 집에서 자고 오고 싶다고 말을 한다. 아무래도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을 떠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어서 그런가싶다. 나도 어렸을 적에 할머니 댁에서 자고 오는 일이 꽤나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제는 어머니 댁에서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었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수도권에서는 10명까지 모여도 된다고 해서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 어머니 아버지, 형네 가족 4명, 우리 가족 4명이 모였다. 점심은 음식점에서 먹으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냥 집에서 먹기로 정했다.
메뉴는 자장면, 짬뽕, 탕수육으로 정했다. 근처 맛 집에서 주문을 한 뒤 25분 뒤 배달이 왔다. 포장을 벗기고 아이들에게 먼저 자장면과 탕수육을 주고 먹으라고 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팠는지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 먼저 차려준 뒤 먹기 시작했다. 배달은 빨리 왔지만 금세 면이 불고 말았다. 그래도 온 가족이 다 모여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니 더 맛이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배를 두드리며 밖에 나가서 소화를 시킬 겸 산책을 하려고 했지만 방해물이 생겨 버렸다. 바로 미세먼지 공습, 뿌연 하늘을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TV를 본 뒤 아이들이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하면 어쩌지 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방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서로 어울리며 놀았다. 사랑이가 6살로 제일 큰 언니, 형네 쌍둥이 아이들과 행복이는 모두 5살로 나이대도 비슷해서 잘 놀았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모습만 보아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녁까지 먹고 형네 가족은 집이 먼 관계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을 챙겨 집으로 가려 했지만 아이들이 갑자기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간다며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빠,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갈래”
“안 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피곤하셔”
“싫어, 자고 갈래”
“아이고 그래 자고 가라”
어머니가 아이들보고 자고 가라고 하자 아이들은 신나서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리 와라, 양치해야지”
집에 가기 전에 아이들 세수를 시키고 손발을 씻긴 뒤 로션을 발라주었다.
“아빠 간다, 할머니랑 잘 자고”
아이들이 이미 몇 번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갔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을 하진 않았다. 아이들은 집에 가는 아빠를 마중 나오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블록을 하며 놀고 있었다.
다음날인 오늘 아침 8시 반, 어머니 댁에 가니 아이들은 밥을 먹고 있었다.
“행복이는 바로 잠들었는데, 사랑이가 엄마, 엄마 울면서 잠을 안잤어, 안아주면서 양을 오백까지 세고, 다시 거꾸로 세고 30분을 안고 잤다”
“엥? 사랑아 엄마 보고 싶었어?”
동생인 행복이도 아니고 씩씩한 사랑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 울었다니 웃음이 나왔다.
“사랑아, 엄마 보고 싶으면서 할머니 집에서 잔다고 하면 어떻게 해? 다음에는 집에서 자?”
사랑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챙겨 바로 어린이 집으로 가려고 어머니 집을 나왔다. 행복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사랑이는 걸어가기로 했다. 열심히 횡단보도를 뛰는 사랑이가 잘 건너 가는지 계속 바라 보았다.
동생에게는 씩씩한 언니, 아직은 엄마 품이 그리운 사랑이다. 저녁에 사랑이 행복이 엄마보고 아이들을 꼭 안아주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