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함께>

육아휴직318일차

by 허공


지난 토요일, 펑펑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던 눈도 잠시, 하루가 지나 온도가 올라가자 도로와 인도에 있는 눈은 대부분 녹았다. 올 겨울 처음 눈다운 눈이 내렸다. 아이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놀았다.

늘어난 양말이 자꾸 벗겨져도, 추워서 코가 빨개져도 아이들은 상관없다. 눈만 있으면 됐다. 눈사람은 어느 정도 눈이 내려 쌓였을 때 뭉쳐야 잘 뭉쳐진다. 쉬운 방법은 없다. 완전 노가다다. 끝없이 굴려야 한다. 한참을 굴려 겨우 어느 정도 뭉쳤지만 사진에서 보는 큰 눈사람을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


첫째 사랑이는 도전 정신이 강하다. 혼자서 계속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드려고 했다. 둘째 행복이는 아직 힘이 약하다.

“아빠, 아빠가 눈사람 만들어줘”

행복이의 요구에 눈을 굴리기 시작한다. 쭈그리고 계속 눈을 굴리고 굴려 어느 정도 크기의 눈이 만들어졌다.

“사랑아 우리 눈 합치자”

사랑이와 내가 만든 눈을 합쳐 눈사람을 만들었다. 당근이 없어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와 나뭇입을 이용해 눈, 코, 입, 머리카락, 팔을 만들었다. 만들고나니 제법 눈사람의 태가 났다. 아이들을 눈사람 옆에 세워두고 사진을 한 번 찍어주었다.


“아빠, 썰매 태워줘”

눈에는 눈썰매가 최고다. 작년에 사놓았던 파란 눈썰매를 끌고 나왔다. 아이들을 앞뒤로 태우고 아파트 광장으로 갔다. 처남과 처남네 아이들을 만났다. 눈이 오는 날 같이 만나니 더 반가웠다. 처남이 우리 아이들에게 마트에서 산 눈집게를 선물로 주었다. 눈이 모인 곳에 집게로 한 번 집으면 멋진 모양의 눈사람과 눈오리가 만들어졌다.


“출발”

아파트 광장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아이들 썰매를 태워줬다. 여기 저기 아이들이 모두 나와 부모들과 함께 신나게 썰매를 탔다. 부모들은 힘들어 보이면서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신이 나는 듯 했다.

“우워”

“사랑아!”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면서 약간 옆으로 쏠려 썰매가 뒤틀렸다. 사랑이는 순간 들고 있는 눈집게를 바닥에 내리쳤다. 삼촌이 준 눈집게가 순간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삼촌이 준 걸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자기 성질을 못 이긴 사랑이, 결국 동생 눈집게를 빌려 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광장에서 사랑이의 친구도 같이 만났다. 같이 눈집게로 눈을 만들고 서로 웃으며 눈을 즐겼다.

“으, 춥다, 얘들아 들어가자”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 했지만 눈이 계속 내리고 저녁이 되어가자 날씨가 추워졌다. 아이들의 코는 빨개졌고, 모자를 쓰지 않은 내 머리 뒤통수도 시려왔다.

“조금만 더 놀고”

“그래, 그럼 5분만 더 노는 거야”

아이들은 5분만 더 놀고 아쉬워했지만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도 아이들을 썰매에 태워 갔다.


올 겨울, 이제 눈은 시작이다. 몇 번 더 올 거야. 다음에 또 놀면 되지

다음 눈이 기대되면서도 살짝 두렵다.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눈썰매의 무게도 늘어간다. 천천히 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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