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171일차
“얘들아, 선생님한테 인사해야지”
등하원시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건만 아이들은 오늘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첫째 사랑이는 아예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둘째 행복이는 문이 다 닫힌 뒤 엉덩이로 인사를 했다.
‘요놈들 봐라? 또 약속을 어기네’
“저기 놀이터로 가자 매미 잡자”
“와 매미!”
“엇, 저기 매미 있다. 아빠가 잡을께‘
‘맴!!!!!!!!!!!!!!!!!!’
들고 간 잠자리채로 나무에 매달려 있는 매미를 번개 같이 낚아 채 바닥에 내려놓았다. 매미는 나무에 있을 때는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잠자리채에 들어가니 몸을 파닥이며 소리를 크게 내었다.
“와, 아빠 매미 처음 잡아 봐요, 뿌듯해요”
“뿌듯해? 하하하”
첫째 사랑이는 매미를 잡아서 매우 기분이 좋은 듯 했다.
날씨가 매우 더워 집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둘째 행복이가 퀵 보드를 타고 아파트 광장 쪽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딱 보니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할 것 같았다. 일단 광장까지는 같이 갔지만 편의점에 들어가려고 하는 행복이를 보고 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돼, 행복이 약속 안 지켰자나”
“그래도 사 줘! 으아앙”
“아빠가 뭐라고 했어, 선생님한테 인사 잘해야 먹을 것 사준다고 했지?”
“으아앙”
“계속 울면 아빠 간다”
시작이다. 요새 행복이는 말만 하면 떼를 쓰고 운다. 하도 울고 떼를 써서 울기만 하면 짜증이 났다. 뒤를 돌아 다시 집 쪽으로 올라갔다.
“너 울음 안 그치면 여기서 3시간 동안 있을 거야”
“으아앙”
눈을 감고 벤치에 앉아 있자 점차 울음이 그쳤다.
“행복아,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줄 수도 있어, 근데 사주면 넌 똑같이 매일 떼쓰면서 사달라고 하겠지, 인사도 제대로 안하면서 말이야, 아빠랑 약속 했자나,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왜 안 지키고 떼만 써”
겨우 아이를 진정시킨 뒤 집으로 돌아갔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온 아내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엄마, 봐봐 나 매미 잡았어”
“어 진짜네!”
사랑이는 엄마에게 매미를 잡은 것을 자랑하였다.
“이제 매미 풀어줘야겠다.”
매미도 풀어주고 분리수거할 것도 있어서 분리수거통에 곤충채집통을 올려 들고 현관으로 나왔다.
“왜 쓰레기통에 매미통 올려, 으아앙”
이번엔 갑자기 사랑이가 징징되기 시작했다.
“어휴, 나 빨리 나갈게, 집에 있기 싫다.”
집에 한시도 머무르기 싫었다. 밖에 나가서 매미를 풀어주고 분리수거를 하였다.
집에 돌아와 보니 더 이상 징징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녁시간이 되었다.
“아빠, 저녁은 머에요”
“응, 카레”
“카레 먹기 싫은데”
“다른 먹을 게 없어”
집에 다른 요리할 것도 있었지만 요리할 기분도 안 나고 힘도 없었다.
다행히 카레는 잘 먹었다.
“저녁 잘 먹었으니까 약속대로 아이스크림 사올게”
저녁을 먹고 난 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1개씩을 사주고 맥주도 한 병 사왔다.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말했다.
“너희들을 보니 징징 나라의 징징 공주들이라는 동화를 써야겠어, 옛날에 징징 나라에 징징 공주들이 살았죠, 징징 나라에서조차 징징 공주들은 하도 징징되서 그만 인간 세상으로 쫒겨나고 말았죠....”
잠을 잘 시간, 사랑이와 행복이는 한참동안 얘기하면서 잠을 자지 않았다.
“제발 자자!”
‘징징 나라의 징징 공주들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