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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Sep 14. 2022

이름 없는 들꽃도 이름을 붙여주면 소중한 꽃이 된다


"앗, 사랑아 너 눈 부었다"

"왜 부었지?"

"모기 물렸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이의 오른쪽 눈이 심하게 부어 있었다. 자세히 봤지만 벌레 물린 흔적은 없었다.

"다래끼 났나?"

다래끼 난 흔적도 없었다.

"일단 병원 가자"



큰 아이는 전에도 여러번 같은 일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부어있거나 눈꼽이 잔뜩 꼈었고 병원에 가서 안약을 처방받았었다.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 바로 병원에 가자고 했다.



다행히 전날에 당직을 하여 어제는 비번 날이었다. 아내와 함께 아침에 아이들 밥을 먹이고 서둘러 아이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빨리 출발한다고 했건만 병원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부모들과 아이들이 바글바글, 대기번호는 16번이었다.


'한참 걸리겠구나'



아이와 함께 병원 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 주었다. 대기번호는 점점 길어져 30번이 넘어갔다.


그 때 한 큰 아이가 넘어졌는지 무릎에 큰 상처가 나 피가 철철 흐르는 상태로 병원으로 들어갔다. 응급환자였다. 그 아이가 먼저 진료를 보고 난 뒤에도 한참을 기달렸다.



거의 1시간이 다 지나고 9시에 도착, 10시경 진료를 시작했다.


"아버님, 한 쪽 눈만 부은 건 음식 문제가 아니라 그쪽에 무슨 자극이 온 거에요, 벌레에 물렸거나 심하게 비볐거나"


아이의 눈에 벌레 물린 흔적은 없었으니 아마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눈을 계속 비벼서 일 것이다.



진료 후 병원 바로 앞 약국에서 약을 타서 눈에 바르고 알러지 약은 입에 넣어 주었다.


"사랑아, 너 아빠가 손 깨끗이 씻으라고 몇 번 말했지? 앞으로는 꼭 잘 씻어"


아빠의 잔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롭게 생긴 막대사탕이 아이 손에서 움직였다.



아침에는 아이 둘을 챙기느라 아내가 바쁜데 내가 다행히 쉬는 날이어서 병원에 올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쉬는 날 병원에 가니 짜증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아이의 눈을 빨리 치료하고 유치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사탕을 들고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째 아이의 나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나이다. 아빠와 함께 손을 잡고 병원에 온 2022년 9월 13일을 기억할까?



무수한 날들 중에 하나지만, 이렇게 기록을 하면 잊혀지지 않고 인생이 된다. 별 일 아닌 이벤트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소중한 기억이 된다.



이름 없는 들꽃도 이름을 붙여주면 소중한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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