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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Sep 09. 2023

<서평>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1. 저자: 아이사카 토마



1985년 일본 사이카마 현에서 태어났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풀타임으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노무관리 등의 업무를 보았고, 그러면서도 매일 귀가 후의 두세 시간을 이 책의 집필에 쏟았다. 주변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묵묵히 소설을 써왔다 보니 데뷔작이 출간된 후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각종 매체에 사진이 게재된 다음에야 서서히 사내에서 화제가 되었다. 동료들에게 소설가가 됐음을 스스로 밝힌 것은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뒤였다.



이 책은 '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국가 중 소련만이 그 많은 여군을 전투병으로 동원하였는가?라는, 저자가 대학 시절부터 품은 오랜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아이디어 상태로만 머금던 질문이었으나,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속의 백 명이 넘는 전직 여군들의 증언을 만나면서,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쟁을 소설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애개서 크리스트상 최초 심사위원 전원에게 만점을 받아 화려하게 데뷔한 책으로 2022년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하였다. 책의 성공에는 공교롭게도 출간 이후에 벌어진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이 영향을 미쳤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이 소설은 반전소설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인간이 패배했다는 뜻이다."



2. 책의 소개


  독일 소련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소련의 외딴 시골마을. 열여덟 살 소녀 세라피마는 나치 독일군의 급습에 엄마와 고향,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잃는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소녀에게 던져진 물음.



 "싸우고 싶은가, 죽고 싶은가."



 복수를 위해 총을 들기로 결의한 소녀는 여성 저격병 훈련학교에 입소하여 어엿한 저격병으로 거듭난다. 


 이윽고 여성 저격소대 동지들과 함께 독소전의 격전지로 향하고, 


 그렇게 도착한 도시의 이름은 '스탈린그라드'였다.



 끔찍한 참상과 수많은 죽음과 부조리들을 지나 드디어 소녀가 마주한 '진정한 적'은 무엇이었을까?



3. 주요 스토리와 인상깊은 구절



  가. 프롤로그 중, 1940년 5월 세라피마는 엄마 예카테리나와 이바노프스카야라는 작은 마을 살고 있다.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모스크바 대학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사슴 사냥을 나가고 돌아오는 길, 세라피마는 나치 병사가 마을을 습격한 것을 발견한다.



  나. 적을 막으려던 엄마는 순식간에 저격을 당하고,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만다. 뒤이어 끌려간 세라피마, 죽음의 위기에서 갑자기 나타난 소련군이 세라피마를 구한다. 그리고 여성 상급상사인 이리나는 세라피마에게 말한다. 


 "너는 싸우겠는가? 죽겠는가!"


  그리고 세라피마는 이리나의 제자가 된다.



  다. 세라피마는 기껏해야 100미터 거리에서 사슴을 쏘는 게 고작이었지만 500미터 너머의 과녁을 꽤뚫는 수준까지 향상되었다.



  라. 너도 사냥꾼이었니까 기억하지? 사격하는 그 순간에 도달하는 경지. 내면이 한없이 무에 가까워지고 끝없는 진공 속에 나만 있는 기분, 그리고 사냥감을 쏘는 순간의 기분. 거기에서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감각.



 마. 전쟁에서 상대방 저격병을 죽인 뒤, 둘이나 쓰려뜨렸다, '기록'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나를 지탱해던 원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송두리째 소련 군인의 것으로 교체된 걸까? 자신이 괴물에 가까워진다는 실감을 분명 느꼈다. 그러나 괴물이 아니면 그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바. 세라피마가 전쟁에서 배운 것은 800미터 너머의 적을 쏘는 기술도, 전장에서 갖게 되는 인간의 처절한 심리도, 고문을 견디는 법도, 적과의 힘겨루기도 아니다.


 생명의 의미였다.


 잃은 생명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대체할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4. 나의 생각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빠져 들었다. 마치 내가 주인공 세라피마가 된 듯 했다. 가족을 잃고 전쟁에 참전한 소녀, 그리고 복수를 위해 무수한 적의 목숨을 빼앗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책의 스토리 상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안에서 인생을 끝마쳤다.


전쟁의 의미, 그리고 생명과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책을 쓰고 난 이후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터졌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그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사람들을 계속 전쟁으로 내모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 생명보다 소중한 게 있는가? 


 빨리 전쟁이 끝나 사람들에게 평화가 찾아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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