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21일차
2021년 9월 11일, 2박 3일의 정동진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글을 썼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났더니 어느새 7시 40분, 아이들을 깨울 시간이었다.
“얘들아 일어나자, 굿모닝!”
아이들은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인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누룽지와 삶은 계란으로 간단히 밥을 먹이고 등원을 시켰다. 등원을 하기 1분 전 둘째 행복이가 치마를 입는다고 떼를 부려 결국 옷을 갈아입고 갔다. 왜 옷을 골랐음에도 하필이면 등원시간이 가까워질 시간에 옷을 갈아입는다고 할 것인가? 아이들은 뭐라고 해도 결국 그것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억지로 안 된다고 해봤자 소용이 없다.
떼를 쓴 아이를 다독이고 자전거를 태운 뒤 어린이집 앞에서 꼬옥 안아주고 들여보냈다. 잠시 굳었던 아빠와 딸의 얼굴이 펴졌다.
집에 돌아온 시간은 9시 40분, 집 안에는 이미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세탁기 안에는 어른 빨래가 들어가 있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고 조금 있다가 돌려 탈수 과정만 남았다. 어제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아이들 빨래를 돌렸다. 수영복들은 큰 대야에 울샴푸를 풀어 손으로 주무른 뒤 몇 시간 후 빨래망에 넣어 세탁기를 돌렸다. 이미 베란다 빨래 건조대는 아이들 옷과 수영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른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돌린 뒤 전날 안방 바닥에 펼쳐 놓았던 아이들 빨래를 개기 시작했다. 빨래를 다 개고 아이들 방 서랍에 차곡차곡 넣은 뒤 잠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이제, 어느 정도 다 한 것 같은데, 뭘 하나 빼먹은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제일 힘든 일이 남았다. 여행 캐리어에 넣어두었던 아이들 비눗방울 통이 새서 캐리어 안이 미끌미끌 했다. 그냥 대충 걸레로 닦으려고 했지만 닦을수록 비눗물이 묻어 나왔다.
‘새로 살까? 아니야 캐리어 하나에 얼마인데, 세탁도 비쌀거야’
인터넷을 뒤져 보았지만 캐리어 내부를 청소하는 법은 찾기가 힘들었다. 겨우 블로그 글을 하나 찾았는데 주방 세제로 세탁 후 자연 건조시켰다는 글이었다.
캐리어를 화장실 욕조로 들고 들어갔다. 쫙 펼쳐보니 욕조 안에 다 들어가지 않았다. 대충 벌려 욕조에 걸친 뒤 울삼푸를 적절하게 넣고 샤워기로 물을 뿌렸다. 빨래 장갑을 끼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면서 내부의 비눗물이 없어지게 주물 거렸다. 캐리어를 여러 번 행군 뒤 이정도면 됐겠지 하고 욕조에 넓게 펼쳐 건조를 시켰다.
약 3시간 뒤 캐리어를 살펴보니 아직도 비눗기가 조금 남아있었다. 한숨을 한 번 쉬고 다시 한 번 캐리어를 헹구기로 했다. 다시 한 번 샤워기 물을 킨 뒤 캐리어 내부를 여러 번 행구고 물을 탈탈 털어서 세워두었다.
캐리어 세탁을 끝냈다싶었는데 건조기에서 꺼내두었던 어른 빨래가 생각났다. 만져보니 다 말랐다. 어른 빨래를 개서 각 서랍에 넣어두었다. 이제 빨래가 어느 정도 끝났다.
여행은 설렌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을 옷, 갈아입을 옷을 하나씩 준비하는 과정은 즐겁다. 여행을 마치고 나면 항상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빨래. 하고 싶지 않아도 꼭 해야 한다.
빨래를 마치고 나니 어느 덧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입맛이 별로 없어서 삶은 계란 2알과 시리얼로 점심을 먹었다.
빨래통을 쳐다보았다. 어느 새 빨래가 조금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