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24일차
2021년 9월 13일, 요새 들어 몸이 나른하다. 이유도 모른 채 뭔가 피곤한 것 같고 졸리고 자꾸 눕고 싶다. 나보다 아내가 더하다. 요새 들어 피곤하다며 자주 쇼파에 누워 잠을 잔다.
어제 퇴근 후 밥을 먹은 뒤에도 아내는 쇼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장난을 쳤지만 아내는 피곤한지 일어나지 않았다.
“요새 왜 이렇게 피곤하지?”
잠이 깬 아내가 말했다.
“추곤증 아니야?”
“추곤증? 춘곤증은 있어도 추곤증이라는 것도 있어?”
서로 웃으며 추곤증은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추곤증을 쳐보니 실제 추곤증이 있었다.
「추곤증 秋困症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환절기에 나른하고 피로를 쉽게 느끼는 증상. 환경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여 생긴다. 」
바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환절기에도 춘곤증처럼 몸이 나른하고 피로를 느낀다는 것이다. 증상이 같았다.
증상을 더 찾아보니 입맛도 떨어진다고 한다. 음 이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았다. 오히려 식욕은 더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럼 추곤증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할까? 수학의 정석이 있듯이 몸을 회복하는 것은 간단하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불안정한 신체리듬을 충분한 수면으로 안정화 시키기, 잃어버린 입맛을 제철 과일과 음식으로 보충 시키기, 가벼운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하루 10분 이상 햇볕을 쬐어 비타민D 보충하기 등이 있다.
사람의 몸은 신기하다. 거의 40년간을 같이 부대끼며 살아온 내 몸, 40년간 춘하추동을 같이 겪었는데도 아직도 계절마다 적응을 해야 하다니. 또 금세 몸은 적응을 해서 괜찮아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새 아이들이 밥을 잘 안 먹고 있다. 원래 집에서는 스스로 잘 먹지 않고 떠먹여주고 잔소리를 해야 겨우 먹긴 하지만 이것도 추곤증의 영향인가?
둘째 행복이는 8월부터 어린이 집에서 낮잠을 자지 않는다. 원래 체력이 좋지 않아 피곤을 쉽게 느끼곤 했지만 낮잠을 자지 않은 뒤로는 하원 후 활동하는 모습이나 얼굴을 보면 더 피곤해 보였다.
“행복아 졸리니?”
어제도 하원 후 언니와 함께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기는 했지만 떼를 쓰는 모습을 보니 ‘낮잠을 안자서 그랬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야채를 잘 먹지 않아 과일이라도 하루에 1번 이상 꼭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아내가 참외를 깎아줘서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다.
내 추곤증 증상은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바로 잔소리가 더 늘었다. 원래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많았지만 가을이 되니 더 늘은 것 같다.
“아빠, 잔소리 좀 그만해요”
사랑이가 그저께는 귀를 막고 소리쳤다. 아이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상했다.
‘사랑아? 네가 잘 해봐라, 내가 잔소리 하나’
잔소리도 때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과한 잔소리는 가족들에게 과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니 자제해야겠다. 나도 말을 많이 하니 입이 아프다. 입만 아프고 실제 변화는 별로 없다. 실속이 없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잔소리를 들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간식과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