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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혼나는 게 싫어요>

육아휴직228일차

by 허공

2021년 9월 17일 금요일, 어제는 아이들 미술학원 가는 날이었다. 오후 2시 40분에 어린이집 앞에서 가서 인터폰을 눌렀다. 우리 아이들과 같이 미술학원을 다니는 다른 여자 아이들 2명이 함께 나왔다. 다른 아이 어머니가 오셔서 인사를 드리고 있는데 사랑이와 행복이가 퀵보드를 타고 앞으로 먼저 가기 시작했다.

“얘들아, 천천히 가!”

아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행복이는 아빠가 부르니 멈춰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아, 기다려”

하지만 사랑이는 아빠를 기다리지 않고 계속 퀵보드를 타고 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 행복이를 챙기면서 가야되기 때문에 사랑이를 빠르게 쫓아가기 쉽지 않았다. 이미 저 멀리 횡단보도 앞까지 도착한 사랑이였다.

“사랑아, 천천히 가야지, 너 혼자면 아빠가 쫓아갈 수 있는데 동생이랑 다른 친구들도 같이 챙겨야 해, 혼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 여기 앞에서 미끄러지거나 다치면 어떻게 해, 앞으로는 천천히 가”


미술학원이 있는 건물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아이들은 또다시 퀵보드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고, 사랑이는 퀵보드는 1층에 놔둔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 버렸다.

‘으이그, 말 진짜 안 듣네’

1시간 뒤, 아이들은 미술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왔고 아파트 광장이 있는 넓은 곳에서 퀵보드를 타면서 놀고 들어가기로 했다. 한참 신나게 타는 도중 사랑이와 다른 친구 한 명이 갑자기 나를 피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아빠가 잡으라는 듯 웃으면서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좀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행복이 손을 잡고 사랑이를 찾으러 갔다.

“아빠, 오줌 마려워요”

“엥? 그래 알았어 관리사무소로 가자”

사랑이와 친구는 이미 눈 앞에서 사라져 있었고 행복이는 오줌이 마렵다고 하였다. 행복이 소변을 본 뒤 나와 보니 이미 주변에서 아이들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사랑이 아버님, 애들 여기 왔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다른 아이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다. 아이들이 다시 원래 모여 있는 장소로 갔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안심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행복이 손을 잡고 다시 광장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 아이들이 보였다. 사랑이는 다른 친구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뻥튀기를 뜯어 먹고 있었다. 사랑이에게 다가가 얘기했다.

“사랑아, 너 혼자 그렇게 다니지 마 알겠지? 저번에도 없어져서 어떤 아주머니가 관리사무소 데려다 주고 막 울었잖아 기억 안 나?”

사랑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장에서 아이들은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나무 밑에서 뻥튀기를 들고 가는 개미들도 바라보며 신나게 놀고 집으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은 뒤 모두 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사랑이와 아내가 얘기를 하다가 사랑이가 소리를 치면서 울먹거렸다.


“난 아빠가 혼내는 게 정말 싫어”

“사랑아, 아빠가 잔소리가 심하긴 하지만 사랑이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아빠가 곁에 있으면 사랑이가 위험할 때 도와줄 수 있지만 아까 같이 혼자 가버리면 그럴 수 없자나”

“난 아빠가 혼내는 게 좋아”

행복이는 옆에서 반대로 말해서 헛웃음을 짓게 하였다. 사랑이는 잠시 아내와 얘기를 하더니 잠이 들었다.

사랑이는 아직 6살이다. 물론 아이들을 풀어 놓을 수도 있다. 어떤 부모들은, 특히 남자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를 쫒아 다니지 않고 그냥 의자에 앉아서 일을 보거나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아이들을 방치하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쌩쌩 자전거를 몰아 다른 아이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뉴스에서, 그리고 주변에서도 아이들이 다치거나 위험했던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아이들에게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사랑아 네가 조금만 더 크고, 주변을 침착하게 잘 보면 아빠가 따라다니지 않을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는 아빠 옆에서, 그리고 엄마 옆에서 천천히 안전하게 다니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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