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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날리기는 힘들어>

육아휴직233일차

by 허공

2021년 9월 22일 수요일,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아이들은 전날 늦게 잠들어서인지 아침에 9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심지어 사랑이는 10시가 넘어 일어났다. 평소 같았으면 깨웠을 텐데 쉬는 날이라 푹 재웠다.

“나 코로나 검사 좀 하고 올게”

아내에게 얘기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한 달에 한 번 하고 있는 코로나 검사, 연휴가 끝나면서 어린이 집에서 선별검사를 하고 등원을 하라고 했다. 연휴 때라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았지만 기우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보니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직장에서 아마도 코로나 검사를 요구했거나 스스로 자진해서 검사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할 때마다 느끼지만 면봉을 코 안으로 넣을 때 안 아프지는 않다. 다만 몇 초의 고통이라 그나마 버틸만했다. 바람이 솔솔 부는 날이라 그런지 공원에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연휴도 끝나가고 일상으로 복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마 연휴 기간 동안 몸에 쌓인 기름기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겠지?


집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어린이 집에서 나눠준 연을 조립했다. 아이들은 연을 받아올 때부터 연날리기를 언제 하냐고 노래를 불렀지만 여태껏 조립을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연 만들기는 쉬웠다.

“얘들아, 연 날리러 나가자”

밖을 보니 황소바람이 불었다. 전날부터 해서 바람이 많이 불어 아이들이 혹시 감기가 걸릴지 걱정이 되었다. 긴팔 긴 바지, 얇은 잠바를 입히고 목수건까지 하고 꽁꽁 싸매서 나갔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가자마자 강풍이 불었다. 아이들의 작은 몸으로 연을 지탱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일단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광장으로 나가기로 했다. 연이 나무들에 걸릴 수도 있어 넓은 곳으로 갔다.

아이들에게 멋지게 연을 날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연을 들고 뛰었다. 바람에 날려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연은 날아갈 듯 했지만 바닥으로 자꾸 꼬꾸라졌다.


“와, 아빠 나도 해볼래요”

연은 2개여서 한 명씩 해주려고 했다. 문제는 넓은 광장 이었지만 우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도 부모님들과 함께 퀵 보드, 자전거,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놀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의 연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 되겠다. 얘들아 우리 저기 더 넓은 곳으로 가자”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들이 없는 넓은 곳으로 걸어갔다. 마침 이동한 광장 앞에는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잘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을 들고 뛰었다. 연은 하늘 높이 날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미 연 줄이 너무 꼬여서 연 1개는 줄이 끊어져 버린 상태였고, 나머지 연도 연의 대가 자꾸 빠진 것이었다. 연의 상태를 따지면 핑계일 수도 있지만 전혀 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아빠가 연을 날리지 못하자 자기들끼리 바닥에 주저앉아서 딴 짓을 하기 시작했다. 수십 번 달리면서 “날아라”라고 소리쳤지만 그런다고 연이 날지는 않았다.


“아빠, 그만 가자, 힘들어”

아이들은 지쳤는지 그냥 들어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연을 집어 들고 패잔병처럼 터벅터벅 집으로 들어갔다.


“얘들아, 놀이터에서 좀 놀다 갈래?”

“네”

그냥 들어가기가 좀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기구에서도 놀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갔다.

연날리기는 어렸을 적에 한두 번 해보고 커서는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연 상태도 문제였지만 연날리기 요령도 없었다. 다음에는 좋은 연을 사서 꼭 날려보리라 다짐을 했다.


‘얘들아, 다음에는 꼭 연날리기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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