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리 집에서 아빠가 제일 싫어>

육아휴직243일차

by 허공


‘네가 제일 싫어’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게 자식이면 더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2021년 10월 4일, 아침부터 하늘이 심상치가 않았다. 점점 바람이 거세지더니 비가 금세 쏟아질듯하면서 강풍이 불었다. 월요일이지만 대체 공휴일, 아이들은 늦게 일어나 간단히 시리얼과 계란으로 배를 채우고 집에서 놀았다.


염색을 하고 온 아내가 사온 돈가스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아이들에게 유튜브 만화 영상을 보여주었다. 집에 TV가 없어서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여주고는 했는데 최근에 스마트 TV를 사서 그걸로 보여주는 중이다. 원래는 아내를 위해 산 것인데 어느 새 아이들이 주로 보게 되었다. 물론 많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원래는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보여줬지만 어제는 주말이라 2시간 정도 보여주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아이들은 블록으로 장난감 칼을 만들어 서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장난감 칼이 순간 거실에 있던 스마트 TV의 액정을 쳤다.


“야, 야”

액정을 보니 흠집 비슷한 게 나 보였다.

“방으로 들어가 놀아!”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방에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아빠는 아이들이 놀다가 그럴 수도 있지 소리나 지르고”

사랑이가 소리치며 나를 째려보았다.

“너희들이 놀다가 액정을 치니까 그러지”

“난 이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싫어”

그 말을 들으니 더 화가 났다.

“그렇게 싫으면 말 걸지 마”


집에 있는 안경닦이 천을 가지고 액정을 조심스레 닦아보았다. 다행히 액정이 깨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가수 이소은의 아버지가 지은 책을 보았었다. 거기서 이소은이 집에서 공중제비를 돌다가 아버지가 아끼던 도자기를 깬 적이 있었다. 그 때 아버지는 순간 표정이 변했지만 이소은을 야단치지 않고 도자기는 다시 구하면 되지 않냐고 했던 기억이 났다.

물론 내가 이소은의 아버지는 아니다. 그건 아니지만 아끼는 물건에 흠집이 난다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낸 것은 내 잘못이었다. 우선 주의를 주고 정확히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요새 사랑이가 반항적인 말과 행동을 많이 한다. 툭하면 가족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낸다. 특히 나에게 눈을 째려보며 마치 15살 사춘기 같은 행동을 한다. 어제는 아내에게도 같은 행동을 했다. 아무리 좋게 말하고 “예쁜 눈 해야지” 이야기를 해주어도 바뀌지 않는다.

강압적으로 얘기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3살 때부터 그랬다. 사랑이는 혼내도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잘 무서워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안아주는 편이 진정되고는 했다.


‘너는 째려봐라, 나는 따뜻하게 바라볼게’

‘너는 소리 질러, 나는 부드럽게 말할게’

이런 마음으로 대하면 사랑이가 변할 수 있을까? 부처님은 욕을 들어도 내가 화를 내지 않고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 욕이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이의 지금 말과 행동은 자신의 성격과 성향일수도 있지만 부모의 영향도 크다. 알게 모르게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운 것은 아닐까? 부부싸움의 영향일까? 모든 것의 원인을 정확히 찾을 수는 있지만 분명히 원인은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은 부모일 가능성이 높다. 사랑이는 분명히 오늘도 일어나 짜증을 낼 수도 있고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따뜻하게 얘기를 해야겠다.


사랑아 오늘은 따뜻한 눈으로 봐 주렴. 아빠도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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