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랑해요>

육아휴직247일차

by 허공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있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 또는 주변에 도움을 주는 습관이라면 베스트이지만 나쁜 습관이라면 최악일수도 있다.


2021년 10월 8일 아침, 아이들을 등원시키기 전 하늘을 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산을 씌워 등원을 시켰다.

집에 들어와 아침에 세탁기에 돌린 빨래를 건조기에 넣은 뒤 거실 창문을 열어 손을 내밀어 보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밖에는 우산을 쓴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음, 자전거 타고 갈 수 있으려나?’

어제는 헌혈 예약을 한 날이었다. 그저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사이트에 접속을 한 뒤 미리 예약을 하고 전자문진까지 마쳤다. 전혈로 예약을 했기 때문에 가서 바로 헌혈만 하면 됐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니 왠지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가 싫었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기에는 시간이 늦을 것 같았다.


‘그냥 가지 말까?’

‘오늘 꼭 헌혈할 필요 없잖아’

‘비를 맞으면서 갈 필요 있을까?’

머릿속에서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예약까지 했는데 가야지’

지금 안 가면 한 달이 지나서 갈 것 같았다. 2주 뒤에는 백신 2차를 맞으러 가야 해서 헌혈을 하기 힘들 것 같아 그냥 가기로 했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는 것 같아 백 팩에 우의를 넣은 뒤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집을 나서자 빗방울이 처음에 생각한 것과 달리 굵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지 않는 건물 밑에서 자전거를 세워 우의를 입고 다시 출발했다. 다행히 비가 쏟아질 정도로 쏟아지지는 않았다.


15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헌혈의 집 앞에 도착했다. 우의를 벗자 등에 땀이 난 것이 느껴졌다. 헌혈의 집에 도착하니 비가 와서 그런지 안에 헌혈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딩동’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간단한 혈액형 검진을 하였다. 물 두 잔을 마시고 침대에 누워 헌혈을 시작했다. 전혈은 5분에서 10분 만에 금방 끝났다. 자리에서 7분간 누워 휴식을 취하고 다시 10분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 뒤 집으로 가라고 하였다.


어제부로 헌혈 횟수는 94번, 올해 100번을 채우려고 했는데 불가능이다. 이제 두 달 뒤에 헌혈을 할 수 있다.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헌혈을 하는 행동이 중요한 것이니 상관없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대충 밥을 먹고 쇼파에 누우니 피곤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피를 빼서 그런가보다 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저녁시간, 아내가 아이들을 목욕시키면서 아빠가 오늘 헌혈을 했다고 얘기를 하였다. 팔에 주사를 놓고 헌혈을 했다고 하니 아이들이 신기했나보다.

“아빠, 팔 보여줘”

“어디?”

사랑이는 팔을 보여 달라며 신기해했다. 헌혈에 대해 얘기해주며 헌혈도 건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아빠”

“아빠, 사랑해요”

행복이는 목욕을 마치고 오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내가 화장실에서 아빠한테 사랑하라고 말해주라고 했다.


헌혈 한 번 했다고 온 가족이 신경을 써주는 구나, 참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는 다시 생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눌 수 있음을 아이들이 아는 것도 좋은 교육이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이 하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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