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순이 Dec 13. 2023

2023년 3월 일기모음 2

3월 11일 토요일


퇴근후 텃밭분양교육을 들으러 농부장터에 갔다. 분양대상자가 아니라서 교육장에 입장을 할 수는 있을까, 혹시나 입구컷을 당하지는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입장이 됐다. 혼자 가서 뻘쭘했는데 함께 텃밭농사를 짓기로 한 모임원분이 어머니와 함께 오셔서 인사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9평의 땅을 년 5만원에 1년동안 빌려준다. 무료로 퇴비까지 지급한다. 즉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돈을 내고 분양받는데도 사람들이 욕심이 많다. 특히 텃밭위치와 물공급과 관련해서 불만이 많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불만에 귀를 기울여보니, 작년에 분양받고 이번에 또 받는 사람도 있다는걸 알게됐다. 그 사람은 담당자에게 들으라는듯이 큰소리로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힘들어요! 라고 투정을 부렸다. 그렇단 말이지? 누구는 작년에도 했는데 올해도 또 한단말이지? 운이 좋네? 근데도 저렇게 투덜대네?


결석자도 있고 분양포기자도 나와서 결원이 생겼다. 기회다 싶어서 냉큼 교육담당자에게 가서 2차 모집 계획을 물어보니 후보순위가 이미 정해져있고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을 할거라고 했다. 아무튼 내게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나에게도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아주 조금의 가능성은 생각해봐야겠다. 농사시작일이 3월 20일부터인데 그전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같이 하기로 한 모임원분께 분양비 반을 드리고 농사를 시작해야겠다. 그전에는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 것이기 때문에 입금은 잠시 보류하자.


교육이 끝나고 모임원분과 둘이서 함께 버스를 타고 모임에 갔다. 처음에는 모임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같이 가자고 하시기에 바로 수락했다. 4시간 정도 스몰토크에서 모태솔로게임과 마피아게임을 했다. 모태솔로게임의 경우 모태솔로인 남자가 소개팅을 하는 시뮬레이션인데, 어떤 선택지를 고르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소개팅은 결국 실패했다. 실험적인 영화를 한편 본 느낌이고, 처음해본거라 그럭저럭 할만했다. 소마피아게임은 예전에 한번 해본거라 크게 재밌지는 않았다. 반복해서 계속해도 새롭고 재미있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게임이 있다.


그 뒤로 같은 북구 사람들끼리 차를 타고 귀가하다가 갑자기 의기투합해서 3지구 치맥킹에 치맥을 하러 갔다. 계속 말을 하면서 마셔서 그런가 술이 안 챈다. 더 마시고 싶었지만 다들 더 마실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집에 와서 씻고 더글로리 시즌2를 보려고 노트북을 여니 새벽 2시다. 성격좋은 언니들하고 어울리니까 뭔가 재밌다. 모임에 내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내 입장에서는 단한번도 생각도 해보지 못한 너무 의외의 인물이라 신기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모임장왈 : 혹시 모임에 관심가는 사람 없어요?

모임원왈 : 음 글쎄요, 이번 정모 때 가만보니까 **이가 조금 괜찮아보이던데요?


이 정도의 가벼운 대화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별 대단한 감정이 아닌데도 듣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부풀려질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모임활동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성 관련 에피소드가 조금은 있구나. 모임활동 초기에도 또 누가 날 괜찮게 봤었다는 얘기를 전해듣기도 했었는데, 내가 모임활동을 오래하긴 했는가보다. 가만보면 이런 얘기는 항상 그랬었다더라 로 끝난다.


3월 12일 일요일


새벽 5시까지 더글로리 시즌2를 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가 시간을 보니 새벽 5시라 일단 끄고 잤다. 아침에는 10시인가 11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노트북을 켜고 더글로리 시즌2를 이어서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보는 중간중간에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옷정리를 하고 간만에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 넷플릭스와 배달의 민족이 내 일요일 하루를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으면서도 병들게 만든다. 하지만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


더글로리를 마지막화까지 다 보고, 샤워를 하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8시쯤 집 밖으로 나왔다. 다이소에 가서 구경 겸 필요한 것들을 사고 메가커피에 와서 레몬차를 시켜서 자리에 앉았다. 카페에 오면 커피를 시키는게 보통인데 오늘은 평소 거의 안 시키는 차종류를 시켜봤다. 메뉴에 디카페인이 있긴 하더라마는, 최근에 디카페인을 먹어도 각성효과가 생겨서 밤에 잠을 못 자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디카페인이라고 해서 완전히 무카페인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에 카페인 민감도가 다소 높아진 것 같다.


3월 13일 월요일


너무 피곤하다. 막판에 손과 목소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열심히 애쓰면서 부지런하게 아둥바둥 산다며 괜한 자기연민에 빠진다. 소변을 누는데 휴지에 피가 살짝 묻어나오는걸 발견했다. 때마침 생리할 때가 됐고, 이제 곧 시작되겠구나 싶었는데, 퇴근후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있을 무렵 생리가 시작됐다. 운동을 더 못하겠어서 중단하고 샤워장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얼른 씻었다.


지난 생리 이후 딱 35일째다. 내 생리주기는 오랫동안 35일로 칼같았지만 지난달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며칠 앞당겨졌다. 30일인가 그랬는데, 사실 28일에서 30일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 생리주기이긴 하지만, 30일이든 35일이든 뭐 어쨌거나 일정하게 하는게 중요하지. 아무튼 이번달에 다시 일정하게 돌아왔다. 생리통은 여전히 심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퇴근후 카페-헬스장-다이소-마트를 거쳐서 귀가했다. 헬스장에서 씻었지만 생리대가 없어서 집에 오는 길에 허벅지와 바지가 피로 젖어서 집에와서 또 씻었다. 저녁식사로 집에 딱 한봉지 남은 진라면을 끓여먹고 곧바로 설거지를 했다. 파를 전처리해서 냉동보관하고 파뿌리는 화분에 심었다. 화분에 들어가는 흙의 경우, 1대2 비율로 마사토와 배양토를 순서대로 깔았다. 대파는 씨앗심기, 모종심기, 밑동심기 총 세가지의 재배법이 있는데, 나는 개중 맨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한번 심으면 2년정도는 계속 먹을 수 있다고하니 벌써부터 든든하다. 대파는 마트에서 한단 (총 11개) 에 2,400원을 주고 구입했다.


청소를 하고 쓰레기봉투를 집 밖에 내다놨다. 욕실 배수구청소를 했다. 세탁기를 돌렸다. 세탁기가 돌아가는동안 일기를 쓴다. 피곤해서 일찍 자고 싶으면서도 빨래를 쌓아두기가 싫다. 주말에 세탁기를 돌렸는데도 오늘 또 빨래거리가 잔뜩 나왔다. 빨리 세탁기 다 돌아가서 대충 널고 자고싶다. 일도 하고 카페도 가고 운동도 하고 장도 보고 파심기도 하고 청소에 빨래에 설거지에 어휴 하루 정말 길다. 피곤하다. 그래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좋다.


3월 14일 화요일


아줌마 혹은 할머니들이 자기보다 젊은 여자들, 즉 더이상 어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폭삭 늙은 것도 아닌 대충 삼십대쯤 되는 애매하게 나이든 여자들을 가리켜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모르겠지만' 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대놓고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를 묻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여자를 아가씨와 아줌마로 분류하는걸까? 나이? 혼인유뮤? 자녀유뮤? 저 질문의 의도는 도대체 뭘까? 나이를 묻는걸까? 혼인유무를 묻는걸까? 자녀유무를 묻는걸까?


오늘 일하다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욕을 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잘못한게 없다. 갑자기 급발진을 하더니 막 쏘아붙인다. 그러면서 나더러 '아가씨가 확인 한번 꼼꼼하게 해보세요!! 아니 아가씬지 아줌만지 모르겠지만!!' 이라고 말했다.


하루종일 기분이 너무 안 좋다. 호르몬 때문이다. 생리통이 심해서 진통제를 먹으면서 일했다. 집에 와서 오목어플로 오목을 몇판 뒀다. 이 사람 이거 나랑 오목두는게 재밌나보다. 보통은 한 게임만 하고 나가는데 이 사람은 내게 계속 재대결 요청을 한다. 채팅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내가 이기다가 딱 한번 졌다. 계속하니까 조금 물려서 마지막에 재대결 요청을 거부하고 나왔다. 상대방이 검은돌, 내가 흰돌이다.


넷플릭스는 더글로리를 보고나니 더이상 볼게 없다. 트롤리라는 드라마가 상위노출되길래 눈길이 가서 한번 보기로 했다. 아내역의 김현주가 너무 예쁘다. 젊었을때 예뻤던 아가씨가 나이가 들면 예쁜 아줌마가 되는구나 싶다.


3월 15일 수요일


퇴근 후 학정동에 위치한 요리학원에서 대여섯명의 혼자사는 여자들과 함께 같이 요리를 하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메뉴는 날치알크래미 & 참치마요 유부초밥, 윙봉조림, 사누끼우동이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는게 즐거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 자체는 재밌었다. 일단 음식들이 모두 맛이 좋았고, 오늘의 저녁식사와 내일의 점심식사 (도시락) 까지 모두 해결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어쩌면 과정보다는 결과물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강사님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밝다. 정확한 나이대는 모르겠으나 대충 겉보기에 나이가 어려보일수록 유독 더 밝다. 그나저나 혼자 사는 사람들의 퇴근후 일상이라는게 대게 비슷하구나. 넷플릭스와 배달음식은 독거인들의 필수템 (?) 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건데, 확실히 유부 즉 기혼보다는 미혼이 대화하기에 훨씬 낫다.


캥거루보다는 독립한 사람이, 학생보다는 직장인이, 20대 보다는 30대가 낫다. 개인취향이지만 연하보다는 연상이 낫다. 어린 사람보다는 차라리 꼰대가 낫다. 비슷한 처지의,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자주 교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동안 내가 친목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냥 사람을 가릴 뿐이었다.


3월 16일 목요일


오늘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스켈링을 받았다. 작년에는 건너띄고 근 2년만에 받는다. 간만에 받는 스켈링은 살짝 시리고 아팠지만 그래도 짜릿하고 시원한 느낌이 좋다. 애석하게도 아랫쪽 앞니는 스켈링을 받아도 깨끗한 느낌이 없다. 블랙트라이앵글 - 치아간격이 넑어서 이 사이가 검게 보여서 치석이 낀 것 처럼 보이는 것 - 때문이다. 씌운지 20년도 훨씬 넘은 금니가 이제는 너무 얇아지고 구멍이 생겨서 제거하고 다시 씌우기로 했다.


보험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내 피같은 쌩돈 최소 50만원은 깨질 것 같다. 어차피 할거 미루면 뭐하겠나싶어서 일단 예약을 해뒀다. 예전같았으면 이 금액이 합당한가 의심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격비교를 해봤을텐데 이제는 귀찮다. 다른데 가도 씌우는데 대충 이 정도 가격 나올거고 차이가 나봤자 기껏 몇만원 정도 차이 날 것이다. 근데 치과는 여러군데 가보는게 좋긴하다. 현재 가고있는 치과도 그나마 찾고 찾다가 정착한 곳이다.


예전에 어느 치과에서 충치 및 풍치 진단을 받고 치료비용으로 120만원을 부르던 것을 놀라서 박차고 나와서 그 뒤로 대략 3군데 정도의 치과를 더 가봤는데 처음 갔던 치과와는 달리 다른 치과 모두 만장일치로 치료할 치아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썩은데가 전혀 없다, 멀쩡하다, 누가 썩었다 그러더냐, 여기 왜 왔냐 등의 반응이었고, 개중 한곳은 치아겉면에 충치가 살짝 있기는한데 방치해도 진행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진료비도 받지 않고 그냥 가라고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도록 충치치료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딱 한번 송곳니 쪽에 잇몸이 많이 드러나서 시린 증상이 심해서 레진치료인가 하는 것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진료를 받고 이제 금니를 다시 씌우려고 한다. 금니는 초등학교 때 씌운 것. 그 당시 혼자서 치과를 다녔는데, 나도 어리고 멍청했고 치과에서도 안내를 제대로 안 해주고, 아 뭔 얘긴지 그냥 안 적을란다. 이미 지나간 일...


3월 17일 금요일 : 일-집-잠

3월 18일 토요일 : 일-모임-집-잠

3월 19일 일요일 : 모임-집-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3월 일기모음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