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낮에는 잘 자는데 밤에 너무 안 잔다. 어제는 무려 새벽 다섯 시에 잤다. 심지어 요즘은 대변도 낮에 안 누고 꼭 새벽에 눈다.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고 나면 겨우 잠이 든다. 어제는 그게 새벽 다섯 시였다. 아기가 새벽 내내 몇 시간 동안이나 잠을 안 자고 계속 깨어있는 게 이게 맞는 건가. 거의 뭐 어른처럼 깨어있다. 오늘은 새벽 2시에 잠들었고, 다행히 어제보다는 비교적 일찍 잠들었다.
아기가 잠들 때까지 계속 안고 있기가 너무 벅차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침대에 눕혔다. 침대에 눕혀놓고 그냥 놔두고 가버리면 울어버리기 때문에 내가 계속 옆에 붙어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소리를 내거나 만져주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계속 배를 만져주면서 자장가를 불러주니 하품 몇 번 하다가 잠이 든다. 똑같은 노래를 다섯 번은 부른 것 같다. 아... 자장가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밤에 잠을 안 자려는 아기는 가만히 놔두면 끝까지 잠을 안 잔다. 재워야 잠을 자는구나. 아기가 잠들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재워줬어야 하는 거였다.
지금보다 더 갓난아기일 때는 밥 먹다가 자고, 안고 있으면 자고 그러니까, 자꾸 그때를 생각해서 잠들 때까지 하염없이 데리고만 있다가 잠이 들면 바닥에 눕혔다. 멍청한 짓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몸이 피곤하고 잠이 와도, 수면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제대로 잠잘 수 없지 않은가. 아무리 잠이 쏟아져도 계속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불이 밝게 켜져 있으면 잠들기 힘들지 않은가. 그 상식을 왜 아기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던가.
잠 안 자는 이 시간에 아기는 웃으면서 잘 놀기도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 비명 소리 같은 걸 내면서 짜증을 부린다. 아무래도 잠투정인 것 같다. 아기 때문에 밤에 같이 잠을 안 자다 보니 나도 근래에 밤낮이 바뀌어서 고생 중이다. 나도 잠이 안 오니까, 아기 데리고 자꾸 밝게 불 켜진 방에서 티비를 틀어놓고, 아기를 더 못 자게 만드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아기가 잔다.
잠든 지 고작 30분 만에 다시 깨버린 아기는 분유 80ml을 먹고 트림을 하면서 살짝 게워낸 이후로 더 이상 자지 않는다. 눕혀놓으니까 자꾸 운다. 안고 있으니까 자꾸 버둥댄다. 안고 집 안을 걸어 다니면 얌전한데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피곤하다. 어쩔 수 없이 소프트체어에 앉혀뒀는데 다행히 안 울고 의젓하게 잘 놀고 있다. 입술 쭈뼛하면서 우는 표정 지었다가 눈 마주치면서 말 거니까 방긋 웃더니 팔다리 흔들면서 뭐라 뭐라 열심히 떠든다. 한참을 잘 앉아있더니 또 울려고 해서 안고 무릎 위에 앉혀두니 얌전해졌다. 일기 쓰던 거 마저 쓰고, 같이 티비나 보면서 앉아있자.
한 며칠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았는데 돌이켜보니 배란기 증후군이었던 것 같다. 임신하기 전에 규칙적으로 생리하던 시기에, 항상 생리하기 전에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이 있었다. 이걸 정신병으로 봐야 하나 모르겠다. 내 몸과 마음은 호르몬의 노예다. 아무튼 최근에, 12월 4일에 생리를 다시 시작했다. 거의 1년 만인가. 생리 전에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생리를 한바탕 치르고 나니 홀가분하다. 아기를 출산한 지도 어언 100일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만 지나면 딱 100일이다. 드디어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출산하면 탈모가 온다는데 나는 왜 안 오나 했더니 그게 곧바로 오는 게 아니라 100일쯤 돼야 오는 거였다. 머리를 감는데 머리카락이 막 한 움큼씩 빠진다. 빠지고 다시 난다고 하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지켜봐야겠다.
처음에는 아기가 밤에 안 자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막 힘들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도 이제 새벽에 안 자기 때문이다. 낮에 아기가 잘 때 따라서 자면 어느 정도 수면이 보충된다. 다만, 이대로 아기를 키워도 문제가 없는 건지, 아기의 상태가 염려될 뿐이다. 아 잠이 안 온다. 요즘은 새벽에 티비를 보는 게 재밌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었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기분이 이상했는데, 배란기 증후군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시 멀쩡해졌다. 한 며칠 나솔과 나솔사계를 열심히 봤다. 유튜브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다. 특히 육아와 저출생 이슈에 관심이 많다. 오늘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굴했다. 레소피라는 요리 다큐멘터리다. 흑백요리사에 나왔던 캐릭터 강한 남자 쉐프가 나온다. 흑백요리사는 다 보지는 않았고 앞부분을 조금 봤다. 요즘은 뭐든 웬만큼 재밌지 않은 이상 뭘 끝까지는 다 못 보겠다. 레소피도 에피소드가 여러 개던데, 일단 시작은 재밌었는데 끝까지 다 볼 지는 모르겠다. 할 말이 많은데 이제 아기에게 집중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