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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내게 이 다큐멘터리를 소개해줬다. 갑자기 왜일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얼마 전에 비건 디저트를 먹고 해시태그를 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개고기 식용은 예전에 한번 깊게 관심 가져보고 이미 이것저것 찾아봤었기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해서 특별히 새로운 걸 알게 됐다거나 생각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건 없다. 그냥 아는 내용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봤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 여자의 이야기로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어느 날 미국인 친구가 그녀에게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걸 아느냐고 물었고, 여자는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답했으며, 또 그때는 분명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친구가 보여준 한국에서의 개 도살 동영상을 통해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고, 그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개시장에서 구조된 개를 입양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의견 내기가 조심스러운데, 솔직히 나는 외국인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을 두고 야만인이니 어쩌니 얘기하는 것에 그다지 공감이 안 된다. 개고기 식용이 다른 육식보다 딱히 더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육식은 동물 학대라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육식은 야만적이라고 생각은 한다. 다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먹는다. 혹은 진짜로 모를 수도 있다. 내 손에 피 묻히지 않고 남이 차려준 거 입에 넣기만 하니까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육식은 그러니까 동물 학대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데 유독 한국의 개고기만 가지고 난리 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채식주의자들이라고 믿고 있다.
프랑스에서 푸아그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오래전에 책에서 읽었다. 푸아그라는 거위 간이다. 거위 간을 비정상적으로 살 찌우기 위해서 거위 입에 튜브를 꽂아놓고 계속 모이를 쑤셔 넣는다. 못 움직이게 묶인 거위가 평생 그 자세로 엄청난 양의 모이를 먹고 싸기만 하다가 죽는다. 그렇게 푸아그라가 만들어진다. 나는 책에서 이 사진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는데, 앞에서 말한 저 여자가 봤다는 그 개 도살 영상보다도 이게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여자가 봤다던 개 도살 영상은 개를 목 졸라서 매달아 죽이는 장면의 영상이었고, 이것도 물론 끔찍하지만 나는 죽이는 것보다 살아있는 상태에서의 고문이 훨씬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다른 동물들보다 유독 개가 더 불쌍하게 느껴지고 감정적으로 와닿는 게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개가 인간과 더 가깝다는 정서적인 부분이 많이 차지하는 것 같다. 개의 높은 지능을 예로 들기도 할 것이고, 개가 그냥 인간 외의 동물인 것을 넘어서 진짜 나의 친구 혹은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개를 좋아하거나 친구 혹은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천만 애견인이 있는 이 사회에서 개고기 식용이 공존한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애견산업이나 개고기산업이나 어차피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 그리 말도 되지 않는 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예전에 동네에 보신탕집이 있다면 그 부근에는 반드시 애견샵이 함께 있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정보를 통해 대략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루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직접 본 바로는 보신탕집과 애견샵이 항상 밀접하게 위치해 있었기에 그 이야기가 묘하게 설득이 됐다.
그리고 시민 길거리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는데, 다들 인터넷 여기저기서 들어봤을 법한 소리들을 한다. 개고기 식용이 합법이냐 불법이냐에 대한 질문에 다들 모호한 답변들을 늘어놓는다. 나는 그거야 뭐 불법이 아니니까 장사를 하겠지, 불법이 아니니까 불법화하자고 시위를 하겠지,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현재까지는 개고기 식용에 대해서 법 자체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한다. 사육은 되는데 유통과 관련된 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고, 식당을 차리면 그건 또 법적으로 인정해 주고, 아무튼 뭐 굉장히 애매하다.
그중 한 가지 인상에 남는 인터뷰가 있다. 개고기 식용을 긍정적으로 보는 어느 남자의 인터뷰다. 그 남자의 말에 의하면, 식용견과 애완견이 나눠져 있다는 것이다. 그 식용견이 바로 누렁이, 즉 똥개를 말하는 것일 테지. 근데 솔직히 이거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싶다. 품종 다르고 생긴 것 조금 다르다고 해서 얘는 먹어도 되고 쟤는 먹으면 안 되고 이게 무슨 궤변인가. 차라리 그냥 ‘잡식동물인 인간이 개새끼 좀 잡아먹겠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야’ 하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와닿을 것 같다.
뭔가 뚜렷한 의견도 없고 헛소리만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는데, 그래서 개고기 식용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입장을 낸다면, 나는 중립적인 입장인 것 같다. 남이사 뭘 먹든 내가 뭐라 할 입장도 아니지 않은가. 순전히 취향으로 따지자면 반대 입장이지만, 개고기 식용이 불법화되는 것에 대해 딱히 반대 입장을 내밀 이유도 없고, 만약 개고기 식용을 그대로 이어갈 거라면 개고기를 축산물로 인정하고 조금 더 위생적으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존속할 정도로 가치가 있느냐면은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문제가 된다면 아무래도 개고기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쪽으로 생계가 걸린 사람들이 받을 피해일 텐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 결국 어느 한쪽이 피해를 입고 희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고기 식용 반대 시위를 벌이는 단체들이 외치는 말이 있다. 전업! 전업! 전업! 하지만 전업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생계 문제에 대해서는 괜히 감정 이입이 되는데, 그렇다고 딱히 누구 편에 서기도 참 애매하다. 내가 알기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소수고, 그것도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어차피 대부분이 불호하니 굳이 반대표를 들고 나서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사라질 문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개고기식용 보다 오히려 애견샵이 훨씬 더 꼴 보기 싫어서, 사라질 거면 차라리 애완동물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먼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심 해본다. 문제가 어디 개고기 식용뿐이랴. 여기까지 개고기 식용에 대해 어쩐지 우호적으로 적은 것 같지만, 꼭 그런 거는 아니고, 지금부터는 개고기 식용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좀 적으려고 한다.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것이고, 내 지인들도 개고기를 안 먹었으면 좋겠으며, 만약 먹는다면 호감을 느끼기 힘들 것 같다. 남이 좋다고 먹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그냥 멀리할 것이다. 이건 찬반보다는 취향의 문제에 가깝다. 담배 피우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예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수년 전에 친구와 함께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에 다녀온 이후부터 개고기에 대한 불호 취향이 강하게 자리 잡히기 시작했다.
내가 보고 느낀 칠성 개시장의 모습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악취가 온 거리를 메우고 있는 몹시도 더럽고 지저분한 곳이었다. 고기 특유의 누린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위생관리가 너무 엉망이기 때문에 더 한 것 같았다. 30도가 넘는 여름날씨에 껍질을 벗긴 시뻘건 개고기들이 실온의 상판에 그대로 올라와있다. 검은 파리가 여기저기서 윙윙댔다. 저렇게 실온에다가 생고기를 방치해 놔도 고기가 부패하지 않나 의아할 정도였다. 바닥에 냉각 장치가 있을 수도 있겠다. 같이 갔던 친구 말로는 항생제를 엄청나게 쓰기 때문에 썩지 않는다고 했다. 개고기를 먹으면 기운이 나는 것도 사실은 약빨인데 다들 개고기가 진짜 몸보신이라도 되는 줄 착각한다나 뭐라나.
나는 정육점의 소돼지도 이렇게까지 비위생적으로 관리되는 걸 본 적이 없다. 만약 이 또한 내 두 눈으로 직접 봤다면 육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육식은 야만적이다' 라고 말만 할 뿐 깊이 파고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굳이 음식 가려서 먹기 귀찮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싶지 않으며, 여러모로 불편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큐에서 보여주는 개고기의 위생은 차라리 양호한 수준이다. 내가 직접 본 현장은 훨씬 더 최악이었으니까. 그리고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식용견이 따로 있는 줄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큰 개 작은 개 가릴 것 없이 다 먹는다. 큰 개는 대충 네 등분 정도로 큼지막하게 토막 나 있는데, 어쨌든 살아생전 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였다. 그리고 작은 개는 토막 내지 않고 가죽만 벗겨서 그대로 올려뒀다. 머리통도 보이고 뭐 그렇다.
조금 더 걸으면 살아있는 개들이 철장 안에 잔뜩 갇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철장 밑바닥에는 대변이 잔뜩 쌓여있고, 역시나 냄새가 너무 역하다. 철장 속 개들은 하나같이 상태가 나빠 보였다. 눈이 풀려 있는 개가 태반이고, 그 작은 철장 안에 도대체 몇 마리의 대형견들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들어가 있는지, 더위에 취해 하나같이 침을 흘리면서 헥헥거리고 있다. 부들부들 떠는 개가 상당수고, 성기가 시뻘겋게 서 있는 개도 보이고, 설마 저것도 먹으려나 싶을 정도로 작은 강아지부터 고양이까지 철장 안에 가득했다. 고양이로 나비탕을 끓여 먹는다는 얘기가 괴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고양이를 철장 안에 가둬 놓을 이유는 도대체 뭘까.
작은 강아지는 너무 더러워서 정확히 분간이 안 갔지만 아무래도 말티즈 같았다. 아니면 요키일 수도 있는데 확실하게 잘 모르겠다. 흔히들 식용견으로 알고 있는 누렁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큰 덩치의 비글까지 있었다. 식용견과 애완견이 다르다고들 하지만, 막상 개시장에 와보면 절대 그런 거 없다. 새끼일 때 사서 키우다가 덩치 커지니까 감당이 안 돼서 결국 개시장에 갖다 버린 게 아닐까 하는 비극적 시나리오를 저 비글을 보며 상상해 보았다.
더럽고 좁은 철장 안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병에 걸린 개들에게 항생제를 잔뜩 먹이고 잔인하게 도축해서, 지독하게도 뜨거운 여름날 실온에 방치되어 비위생적으로 관리되어 파리가 잔뜩 꼬이고 악취가 풍기던 그 고깃덩어리. 내가 개고기시장에 직접 방문하여 개고기를 보고 느낀 감상이 이렇다. 그리고 이건 내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친구 말로는 안락사된 유기견들을 가지고 와서 먹기까지 한단다. 개고기탕을 먹다가 뼈에 박힌 수술용 철심이 나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한때는 누군가의 애완견이었을, 버려지거나 혹은 도둑맞은 유기견부터 시작해서, 약물에 병균에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 있는, 출처도 모르는 비축산물이 바로 개고기인 셈이다.
그러니까 나는 개고기는 진짜 도저히 못 먹을 것 같다. 비주얼부터가 이미 내 취향이 아니라서 비위를 거스르는데, 개고기 인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도 은근히 영향을 받는 것 같고, 개시장에서 본 나쁜 인상도 한몫하고, 어쨌거나 굳이 먹으려고 찾아 나서지 않는 이상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일도 굳이 먹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 당시 친구는 칠성 개시장 방문 이후 개고기 식용 반대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그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이게 꽤 오래전의 일이라. 지금은 사라졌나 싶어서 방금 전에 검색해 봤는데,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여전히 대다수가 폐쇄를 원하고 있다. 전국 3대 개시장이라고 꼽히던 성남 모란시장과 부산 구포시장의 개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이제는 대구 칠성시장만이 전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다. 다큐 포스터에 적혀 있는 이제는 진짜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 이제는 진짜로 개시장 완전 폐쇄를 결정해야 한다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