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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 K Aug 20. 2019

썅년의 미학-민서영

썅년들이여, 파이팅.

 나 자신을 무채색 인간이라 생각한다. 좋게 말하자면 '하여가'의 첫 부분처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인 것이고, 반대로 말하자면 '단심가'처럼 '임 향한 일편단심'은 있지만 잘 표현하지 않는다.

 대화를 할 때 언급하지 말아야 할 주제가 정치, 종교 같은 개인의 신념과 연결된 부분이고, 날씨, 영화 같은 쉬운 주제만 언급하라고 사회 초년생 시절에 배웠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민감한 주제는 일부러 피하려고 한다.(특히 내 윗사람들과의 충돌은 더더욱 피한다.)

이런 내가 얼마 전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정치적인 이슈로 한참을 토론했다. 결론 없는 이야기의 결말 끝에 역시나 무채색 인간으로 사는 것이 편리하다는 생각을 굳힌다.


 이런 무채색의 나에게는 페미니스트임을 인정하는 작가의 책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이런 본인의 신념을 사상처럼 표현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책을 펼쳐본다.

(※ 아래 본문 내용은 책의 표기와 동일함을 알려드립니다.)


착각은 자유지만 내 책임은 아니란다

아르바이트, 회사, 학교, 스터디에서 등등, 아, 남자들이여, 제발 "썸" 그만 찾고 일만 하고 공부만 합시다. 안 생겨요, 적어도 그쪽과는.


여자와 남자가 같은 취급을 받는 세상. 여자와 남자가 같은 대우를 받는 세상. 여자와 남자가 같은 세상. 우리는 그저 공평하기만을 바랄 뿐인데.


같은 곳에 살지만 다른 삶을 살고 있어

CASE 1.

여 : 낮에 돌아다니면 맞고, 밤에 돌아다니면 죽고, 밖에 다니기 너무 겁나.

남 : 걱정하지 마, 넌 내가 지켜줄께!

여 : 아니, 그러니까 나는 니가 안 지켜줘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CASE 2.

남 : 덥다 덥다 와 진짜 덥다. 어떻게 이렇게만 입어도 덥지? 진짜 맘 같아서는 다 벗고 다니고 싶네.

      야, 근데 너 속옷 비친다.

여 : 닥쳐.


이상형은 하향 패치 금지

CASE 1.

남 : 너는 왜 나 만날 때 하이힐 안 신어? 혹시 나 배려하는 거야? 나 나름 180이야~

여 : 비싸고 높은 하이힐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상대를 만날 때만 신는 거란다.


CASE 2.

남 : 내가 짧은 거 입고 다니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지나가는 남자들이 죄다 니 다리만 쳐다보는 거 안 보여?!

여 : 쳐다보는 게 신경 쓰이면 쳐다보는 새끼들 눈깔을 찔러야지, 왜 나한테 X랄이야?


어쩌다 여자로 태어나서

남 : 너 노브라인 거 다 티나;; 여기가 외국도 아니고, 보기 좀 그래. 

여 : 나는 브라를 하면 불편하고, 너는 브라를 안 한 내 가슴을 보는 게 불편하니까,

      네 눈깔만 뽑으면 서로가 편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긴장해. 당신의 목을 조르는 건 미투도,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바로 당신 자신의 죄니까.


 재미있는 4컷 그림과 간단한 이야기들로 무겁지 않게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페미니즘이라고 말하기 애매할 정도로 여성들의 입장을 다양한 사례들로 가볍게 풀어낸다.


 가족 중에 여성이 많다 보니 나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 게 아니라 내가 다시 해석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온 것임을 깨닫는다. 남녀가 공평하다면 애초에 페미니즘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 없는 세상이지 않을까?(여기서 남자를 먼저 썼다고 발끈하는 사람까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에는 모두가 공평한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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