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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Aug 10. 2017

바닷가 노동자 7일 차

2017년 8월 8일

바닷가 노동자 7일 차








마음 저 안쪽에 있는 말들을 꺼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건 자존심의 문제거나, 자신감의 문제거나, 혹은 다른 이유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이해받기 힘들텐데 말해서 뭐해. 나만 신경 쓰고 속 터지느니 아예 접어두자. 대개 그런 식이다. 그러나 비극은 억압과 외면이 부른다. 자꾸만 억누르고 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반드시 내보여야 할 때마저 할 수 없게 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가야할 곳에 닿지 못한 말들이 쌓이며 흘러가는 관계. 그토록 무력한 시간 속에서 매번 휘청거리며 서로를 갉아먹다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고, 남는 건 미련이나 회한 따위일 것이다. 그건 꽤나 아프고 고통스러운 문제일 수도, 혹은 지겹도록 성가신 문제일 수도 있다. 마음은 만나야 한다. 만나서 충돌하고 부딪치며 결국엔 먼 곳으로 튕겨져 나가더라도, 그 상처가 도무지 쉽게 아물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래도 그 편이 낫다. 끊임없이 오고가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수 없다. 그럴 자격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사랑이기를 원한다. 

                                                                                                                               






                                                                                                                      2017. 8. 10 

                                                                                                                        8 : 5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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