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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Aug 16. 2017

바닷가 노동자 12일 차

2017년 8월 13일 
바닷가 노동자 12일 차 






누군가의 여행 사진을 감상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건 늘 궁금함을 느끼게 되는, 가까운 사람의 사진일수록 더 그렇고, 자기가 피사체로 담기기 보다 자기의 시선으로 무언가를 담은 사진일 때 더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진을 보는 일이 나는 즐겁다. 한 장 한 장에 오롯이 담긴 그때 그 순간들을 들여다보며, 어느 날 낯선 곳에서 그가 마주했을 풍경과 마음에 들어차는 감정을 내 멋대로 짐작하는 과정. 사진 속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내가 만날 수 있는 건 어느 한 사람의 시간과 그 시간 속을 있는 힘껏 부유하던 마음이다. 그 만남은 보려 할 때가 아닌 들으려 할 때 이뤄진다. 담겨 있는 이야기를 열심히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말이다. 나는 가끔 사진을 듣는지도 모른다. 




                                                                                                                       2017. 8. 16
                                                                                                                      12 : 46 AM




덧.
-  준규 형의 유럽 여행 사진을 봤다. 독일에서 시작해 러시아, 그리스, 루마니아까지 작년 가을 그의 눈에 비친 풍경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형은 한 장 한 장마다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줬고 나는 멋진 사진에 감탄하랴 그 순간의 분위기와 상황을 열심히 상상해보랴 바빴다. 사진 실력이 엄청 늘었다. 훨씬 더 세련되진 감각이 돋보이고 색감이나 구도 등 자기만의 스타일도 점점 더 잡혀가는 듯싶다. 내 눈길을 잡아끄는 사진들이 한두 장이 아니었는데, 형은 흔쾌히 선물로 몇 장을 줬다. 이렇게 막 줘도 되는 거냐는 우문에, 이 귀한 사진들 아무나 주는 거 아니라는 현답과 함께. 고이 모셔다가 방에도 붙여놔야지. 본인은 별로 성에 안 차는지 시큰둥하지만, 추후에라도 꼭 한 번 개인전을 열든 사진집을 내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만한 능력이 되니까 말이다. 사실 나는 서 작가님 사진의 열렬한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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