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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Aug 19. 2017

바닷가 노동자 14일 차

2017년 8월 15일  
바닷가 노동자 14일 차
  






어쩌면 예견된 난관이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순조롭게 정해졌다 했다. 시인의 방 페인트칠을 모두 끝내고, 염두에 두었던 책상을 옮겨보고 나니 어딘가 아쉽다. 톤의 문제다. 전체 벽지는 던 에드워드 페인트의 '위스퍼' 색상을 썼는데 예상보다 너무 새하얀 느낌이 강하다. 그걸 전혀 고려 못했던 건 아니지만 브라운 톤의 가구들이 들어오면 잡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째, 판단 미스일지도. 그래서 더더욱 창틀과 화장실 문의 컬러가 고민이다. 거기만 제대로 바꿔줘도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브라운 계열로 가야하는데 그 안에서도 워낙 다양한 컬러들이 존재해서 결정하기 어렵다. 책상에 사용한 앤틱 브라운(거의 고동색에 가까운 컬러)이 은근히 겉도는 듯 하여 티크를 시험 삼아 발라 봤는데, 음, 이것도 잘. 대안으로 써본 노블 오크가 그나마 괜찮은 듯 하지만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가구 배치를 대략적으로라도 해봐야 감이 올 듯 싶다. 역시 쉬운 거 하나 없구나. 갈 길이 멀다. 내가 있는 동안 다 끝내기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마음이 급하다.  



                                                                                                                       2017. 8. 19
                                                                                                                        4 : 16 PM
  


덧. 
1) 아침에 달리기를 했습니다. 작당마을 포구 쪽에 있는 양식장 주변이 달리기가 좋더군요. 준규 형과 함께 비 맞으면서 뛰었습니다. 애초에 저질체력인데다 워낙 오랜만이라 힘들었지만, 무척 상쾌했습니다. 엔돌핀이고 아드레날린이고 기분 좋게 듬뿍 날려서일까요. 별로 달리지도 않았음에도 괜히 뿌듯하기까지 했답니다. 앞으로 꾸준히,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물론 그냥 하는 소리입니다. 3일도 못 갈 겁니다. 이미 전과가 화려하거든요. 큰 기대는 참으로 부질 없으니 거두고, 조금씩이라도 좀 하면 어떻겠습니까? 이래선 안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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