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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Aug 22. 2017

바닷가 노동자 15일 차

2017년 8월 16일 
바닷가 노동자 15일 차 






어떤 풍경은 때때로 자신을 지운다. 풍경이 풍경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이다. 천천히 물러나며, 다만 고마운 얼굴들을 부른다. 그건 정말이지 별다른 도리가 없는 일이다. 하루가 저물어갈 때면 이렇게 꼭 찾아드는 얼굴들. 끼니를 걱정해주고 묵묵히 데리러 오는 이.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불러 들이는 이. 작은 한숨까지도 놓치는 법이 없는 이. 

어디 가지 않고 말없이 거기 그대로 머무는 이들을 나는 믿음이라고 말하겠다. 믿을 수 있는 사이를 걸어가는 일은 흔들려도 기쁨이라고 말하겠다. 산다는 건 좋은 거야, 하고 외치는 건 부끄러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런 믿음들 때문에 이 정도면 뭐, 하고 중얼거릴 수는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것들 틈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귀하다. 풍경을 풍경으로만 끝내지 않는 것. 너머의 상처와 기쁨을 들여다보는 일. 나 이외엔 모두 정지한 순간 속에서 말이다. 결국 삶의 의미라는 건 그런 것들로부터 오는지도 모른다. 



                                                                                                                       2017. 8. 22
                                                                                                                        4 : 0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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