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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l 18. 2020

빅 웨이브 골든 에일에 관한 작은 상상

이 황금빛 맥주를 들이켤 때마다 실없는 상상에 빠집니다




(c) Kona Brewing co




“부럽다.” 


병을 집어 들자마자 튀어나온 말입니다. 푸른 파도를 통과하는 사람들에 시선을 빼앗긴 거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파도가 만든 동굴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저는 부럽습니다. 한편으로는 신기합니다. 무섭지도 않나? 사실 저는 수영을 전혀 못 하거든요. 바다는 좋아하지만 물에 들어가는 건 다소 두려워하는 저에게, 파도의 리듬을 따라가는 모습은 그저 동경의 대상입니다. 



요즘엔 서핑이 대세라고 하지요. 양양 서피비치와 제주 중문해변에서, 멀게는 하와이와 LA에서, 저와는 다르게 용감하고 과감한 이들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바다로 달려듭니다. 참 멋있더라고요. 실력이 어떻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요. 거센 물살을 온몸으로 느낀다는 게, 설령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순간마저도 웃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말하자면 서퍼들은 파도가 선사하는 시원한 즐거움과 예상치 못한 위기를 몇 번이고 마주합니다. 진심으로 기꺼이, 코에 물 들어가는 것쯤 알 바 아니라면서 말입니다.



언젠가는 저도 누구보다 쿨한 서퍼가 될 수 있겠죠? 바스키아의 그림으로 커스터마이징 한 전용 보드 위에서, 어설퍼도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는 겁니다. (물론 지금의 두 배로 키운, 매끈한 구릿빛 몸매를 가지고서요.) 그리고 배가 좀 출출하다 싶으면 근처 단골 펍으로 향하는 거죠. 산타 모니카에서 파도 좀 탄다는 서퍼들의 눈인사를 받으며, 맥주와 피자를 주문합니다. 치즈피자와 빅 웨이브를 양손에 든 제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네요.



(c) Kona Brewing co



그러니까 저는 이 황금빛 맥주를 들이켤 때마다 실없는 상상에 빠집니다. 산뜻한 열대과일 향이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무슨 수로 피하겠어요. 어차피 기분 좋은 거, 더 허황된 풍경을 그려봐도 좋겠다 싶습니다. 


자, 그럼 이번에는 무슨 해변으로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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