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4부를 보고
지난 일요일, 별생각 없이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EBS에 멈췄다.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4부 재방송이 막 시작된 참이었고, EBS의 다큐프라임은 이미 <자본주의>에서 크게 감명받은 바 있어 보게 되었는데 어느덧 그 다큐에 깊이 빠져든 나를 발견했다.
*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정보: https://docuprime.ebs.co.kr/docuprime/newReleaseView/550?c.page=1
4부의 제목은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이고 부채, 그러니까 빚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이 빌린 돈은 누구의 돈인가', '우리가 갚은 돈은 어디로 가는가', '빚은 자산인가 그저 채무인가' 등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그에 대한 여러 유형의 사람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빚을 갚느라 힘들게 사는 사람, 빚을 회수하는 사람, 빚을 이용해서 부를 얻은 사람 등등.
예상은 했지만 빚을 갚느라 힘들게 사는 사람이 가장 여러 명 소개됐고, 유형도 다양했다. 생계형으로 빚을 진 사람도 있고, 어느 날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갑자기 빚을 물려받은 사람도 있고(개인적으로 이 케이스가 가장 안타깝다.), 돈을 벌고 싶어서 투자 목적으로 빚을 냈다가 오히려 큰 빚을 지게 된 사람도 있다.
빚을 이용해서 부를 얻은 사람의 경우 '자신은 빚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이 무섭고 소름 돋았다. 멀리 갈 것 없이 이 4부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니, 알 수 있어야 한다. 돈의 흐름을 이해하면 그 빚으로 부를 쌓은 사람이 얻은 돈이 어떤 돈인지 알 수 있기에. 앞서 소개한 빚을 갚는 사람들 중 마지막 유형의 경우 대부분은 이처럼 '빚을 이용해서 부를 얻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돈의 흐름상 극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 안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빚은 자산이라고 하지만
사실 빚도 자산인 게 맞다. 다만 자산에서 빚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느냐가 문제다. 몇 년 전만 해도 소위 '영끌'을 하지 않으면 바보인 양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영끌'한 사람들은 지금 소득 대비 지나치게 큰 부채를 갚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부동산은 항상 올라야만 하고, 오를 수밖에 없다고 믿었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 다큐에서 다룬 돈의 흐름을 지켜보면, 그 흐름에 탑승한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분야가 대박 나는 것이 현실이 되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물론 투자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당연히 잘 되기를 바라지만, 잘 안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여 빚을 내어 투자하지는 않는다. 예외적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은행 부채가 있다. 현금 보유량이 적어 현실적으로 빚 없이 집을 살 방법이 없다. 다만 나는 연봉의 2배 이하로만 대출하겠다 생각이어서 오래된 집이지만 주변보다 적당히 저렴했고 적당히 괜찮은 현재의 집을 택했다. 부채를 내기 싫어하는 사람이 부채를 냈을 땐 최대한 빨리 갚고자하는 마음이 있다. 이에 원금 균등 상환(*)으로 대출 상환하는 방식을 선택해서 초반에 이자를 많이 내는 구조로 잡았고 그 덕에 지금은 부채가 꽤 많이 줄어든 상태다.
* 참고글: 원금 균등 상환 vs 원리금 균등 상환, 나에게 맞는 대출상환 전략은? - 뱅크샐러드
https://www.banksalad.com/articles/원금-균등-상환-vs-원리금-균등-상환-나에게-맞는-대출상환-전략은#원금균등상환과%20원리금%20균등상환%20차이
혹자는 말한다. 내가 너무 소심하다고. 1억 정도 더 빚을 내고 더 좋은 집을 사도 괜찮았을 거라 말한다. 그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다시 되돌려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적당한 여유와 적당한 안정감에 충분히 만족하기에. 또한 내가 빚을 더 내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이득은 누군가가 힘든 상황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사족. 총 6부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 중 한 편만 보았기에 아쉬웠고 재방송 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영상을 다시 보는 방법도 있지만 과연 시간이 날까 싶었다.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책으로 출간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보니 역시나 올해 7월 초에 나온 걸 알게 되었다. 마침 사려던 책이 두 권 있었는데 함께 구매하게 됐다. 책에 대한 감상은 내 독후감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렸다(2025년 8월 7일 업데이트).
이 글은 <잔기술>이라는 에세이 쓰기 소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 지정 주제 세 가지(히어로, 부채, 바람) 중 하나로 글을 쓰는 주간이었으며 제가 선택한 주제는 '부채'입니다. 원래 '히어로' 주제로 쓰려고 했으나, 일요일의 다큐멘터리 시청이 주제를 바꾸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