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을 정할 때 고려한 사항
지난 4편(링크)에서 잔여 연차를 돈으로 받는 것과 연차를 사용하는 것 중 후자를 선택했다고 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이유를 포함하여 퇴사일을 특정일로 결정한 과정과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다룬다.
본인이 다녔던 회사 특성을 고려하여 판단한 측면도 있으므로 이 과정과 근거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퇴사일을 결정할 때 이런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참고용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퇴사 의사를 전달하기 훨씬 전에 이미 회사에서 마음이 떠났던 나는 가끔 엑셀을 열어놓고 하던 짓이 있었다. 두 달치 달력을 그려놓고 잔여 휴가를 사용하면 언제까지 재직 기간으로 인정되는지 계산하곤 했다. 처음에는 3, 4월 달력을 그려놓고 시작했던 것이 4, 5월 달력으로, 또 5, 6월 달력으로 바뀌었다. 연말 정산, 건강 검진, 중고 기기 매입 등의 사유로 퇴사를 조금씩 늦추면서 달력이 계속 바뀌었다.
드디어 회사에 퇴사 의사를 전달하고 며칠 후. 윗선의 여차저차한 단계를 거친 후 나에게 인수인계를 고려하여 퇴사일을 결정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나에게는 장기근속휴가 6일과 연차 13일이 남아있었다. 장기근속휴가는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휴가이니 사용해야 했고, 연차는 돈으로 받느냐 휴가로 사용하느냐의 선택지가 있었다. 그런데 두 휴가를 합산하니 무려 19일이다. 한 달 중 평일이 20일 정도인 걸 고려할 때 공휴일과 여차저차 잘 조합하면 한 달을 휴가로 보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출근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한 달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재직 기간이 늘어나니 퇴직금도 아주 조금이라도 더 늘어날 터였다.
그리하여 한 달을 인수인계 기간으로 잡고, 한 달을 통으로 쉴 수 있게 설계해 보기로 했다. 마침 조직에서도 인수인계 기간을 한 달 정도 잡기를 원했다.
퇴직일(퇴사일, 사직일)은 마지막 근로제공일의 익일이다. 즉 9월 24일이 마지막 출근일이면 9월 25일이 퇴직일이 된다.
내심 퇴직일을 2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예전에 다닌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분이 해준 말 때문이었다. 그분은 이직 과정에서 한 달 정도 쉴 수 있었는데 그 쉬는 기간 동안 이전 회사와의 고용 관계가 종료된 상태였기에 말 그대로 '백수' 상태였다. 쉬는 기간 도중 '1일' 그러니까 어떤 달의 첫 번째 날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결과 그분은 건강보험료 한 달 분을 지역가입자 자격으로 납부해야 했다고 했다. 그 경험담을 전해주며 '이직할 때는 반드시 1일에 백수 상태로 있지 않게 신경 써라'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법 제69조 제3항(링크)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보험료를 징수할 때 가입자의 자격이 변동된 경우에는 변동된 날이 속하는 달의 보험료는 변동되기 전의 자격을 기준으로 징수한다. 다만, 가입자의 자격이 매월 1일에 변동된 경우에는 변동된 자격을 기준으로 징수한다.
즉 퇴직일이 2일인 경우는 1일에 직장가입자 상태이지만 퇴직일이 1일인 경우 지역가입자 상태가 된다. 그래서 한 달이라도 더 직장가입자 상태가 될 수 있게 2일에 딱 맞추고 싶었다.
물론 '1일 마지막 출근-2일 퇴직일'에 대한 염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1일에 마지막 출근을 하게 되면 그 달에 출근한 날이 단 하루이므로 월급을 하루치만 받을 수 있는데 4대 보험료를 제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는 풍문을 들은 적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그동안 퇴사해 본 경험으로 정산까지 거치고 나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참고) 중도 퇴사자는 퇴사할 때 연말정산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퇴사할 때 보험료, 의료비, 신용카드 등의 공제 신청을 하지 않아도 회사가 기본공제만 적용해서 연말정산을 진행한다.
* 퇴직자 연말정산(한국납세자연맹): https://www.koreatax.org/tax/taxpayers/work/retiree_info_1.html
이런 과정을 거쳐 7월 2일을 퇴직일로 하고자 했다. 그런데 내 경우는 잔여 휴가 소진 후 마지막 출근을 하는 것이 아닌, 마지막 출근을 하고 이후 날짜부터 퇴직일 전날까지 잔여 휴가를 사용하려고 했기에 7월 1일이 마지막 휴가 사용일이어야 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엑셀 파일에 이미 그렇게 작성되어 있었다. 어떻게든 2일을 퇴직일로 하겠다는 일념으로 매달 1일까지 휴가를 사용하는 상태가 되도록 시뮬레이션을 다 해놓은 참이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참 애매하다. 6월 3일(화요일)이 마지막 출근일이고 4일부터 휴가인 상태가 된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금요일이나 월요일이 마지막 출근인 편이 깔끔한데, 화요일이라니. 뭔가 찜찜하고 어색한 느낌이다.
앗, 그러고 보니! 2025년 6월에 생긴 임시 공휴일이 있었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 엑셀 파일로 시뮬레이션할 당시는 대통령 선거일이 정해지지 않아 이 부분이 누락됐었다. 그럼 6월 2일(월요일)이 마지막 출근일이고 3일부터 휴가 상태나 다름없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는 소위 말하는 '될놈될'(될 놈은 된다)인가 생각을 했다.
그 덕분에 나의 마지막 출근일은 6월 2일(월요일)이 되었다. 이후 6월 4일부터 12일까지 남은 장기근속휴가를 사용하고, 13일부터 7월 1일까지 남은 연차를 사용하여 원하던 대로 7월 2일 자 퇴직하게 되었다.
위에서 '7월'로 정한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어느 달이나 상관없이 퇴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고 가급적 2일이 퇴직일이길 원했다. 그러나 여차저차한 이유로 퇴사가 한 두 달씩 내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한 가지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재직 기간에 7월 1일이 포함된다면 복지 포인트를 받을 수 있을 텐데.'
7월 1일에 재직 중인 직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복지 포인트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기왕 퇴사가 생각보다 늦어졌으니 받고 나가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마침 5월이 인수인계 기간으로 정해지고, 내가 쓸 수 있는 휴가를 모두 사용하면 7월 1일에 재직 상태를 만들 수 있으니 복지 포인트를 기대할 수 있었다.
원하던 대로 7월 1일 오전에 마지막 복지 포인트를 받았다. 이 포인트는 퇴사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사용 가능한데 그동안 내가 쓴 패턴을 생각하면 아마 2025년이 지나기 전에 다 쓸 것이다.
7월 말에 마지막 월급을 받았다. 월급에는 앞서 언급한 정산 금액이 포함되었으며, 예상대로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 알림을 더 받았다. 곧 퇴직금이 입금될 거라는 내용이었고 8월 1일에 퇴직금이 들어왔다. (재직 중 퇴직금을 관리했던 방법과 수령 이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퇴직금까지 받고 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진짜 내가 회사를 떠났다는 걸.
그리고 이제 고정 수입은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