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디군을 닮은 집

제주 민박 하늘을 달리다

by 김키미


제주에 살고 싶다던 사내가 있었다.


몇 해 전 제주 하도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제주 여행 초보자였다. 제주에서 살고 싶다기에 으레 하는 말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지금 정말 하도리에 살고 있다. 하도리 근방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하여.


KakaoTalk_20170305_025247501.jpg 2013년 3월, 스무디군


그는 꼼냥꼼냥 집을 개조하더니 민박을 열었다. '하늘을 달리다'라는 이름이 뭔가 촌스럽지만 왠지 그답다고 생각하며 블로그만 염탐하다가 2년이나 흘러서야 가보게 됐다.




사실 가성비에 끌렸다.


제주에서 3~4인이 편히 묵을 숙소(게하 제외)를 찾다 보면 크게 둘로 나뉜다. 세련된 새 집이냐 분위기 있는 옛 집이냐. 새 집은 세련될수록 비싸고 옛 집은 분위기 있을수록 비싸다. 그러나 새 거든 옛 거든 내가 숙소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주인장의 취향과 센스다. 사진이나 글 어딘가에서 '그것'이 감지되면 가격 확인 후 결정한다.


하늘을 달리다의 '그것'은 이 사진 한 장이었다. (출처: 하늘이 달리다 블로그)


내 기준에 그럴듯한 숙소는 4인 기준 최소 15만 원. 조금 더 욕심부리면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반면 하늘을 달리다는 12만 원! 독채 민박인데! 더 찾아볼 거 없이 결정했다.




동행자들도 흡족해했다.


이미 배불리 먹고 마셨는데 "딱 맥주 한 캔만 더" 먹고 자기 위해 잔잔한 BGM을 깔고 잔잔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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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푹신한 이불과 낮은 베개, 라디에이터의 온기가 꿀잠 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새소리에 일어나 공간을 천천히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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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Moim_4Gd8CctfTc1ej5qSGmK76Z4vFwsZA6.jpg 옛 것 그대로인 듯한 나무와 유리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KakaoTalk_Moim_4Gd8CctfTc1ej6Rt2Ehzh7wSLlL8R3.jpg 그래서 나 좀 찍어달라고 했는데 팅팅 부은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잘라냄..


KakaoTalk_Moim_4Gd8CctfTc1ej5qSGmK76Z4vFy1vPk.jpg 붙박이장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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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Moim_4Gd8CctfTc1ej5qSGmK76Z4vFwlQj0.jpg 웬만한 조리도구와 기본 양념을 모두 갖춰놨다.


KakaoTalk_Moim_4Gd8CctfTc1ej5qSGmK76Z4vFwNldg.jpg 바람 많은 제주에서의 이중샷시. 꼭 필요한 데에 큰 돈 쓴 흔적도 좋았다.


KakaoTalk_Moim_4Gd8CctfTc1ej5qSGmK76Z4vFwhZCi.jpg 주인장의 책도 꽂혀 있다.


몇 해 전 내게도 줬던 그의 책(이라기엔 소박하고 내 취향은 아니지만)이 있어 반가웠다. '스무디군'이 주인장의 닉네임이다. 그의 팬이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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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묵고 싶은 집


여행지 숙소 주인장에게 "또 올게요"라는 인사를 흔히들 한다. 하지만 정말 만족하여 마음에서 우러나 한 말이어도 두 번 이상 같은 숙소에 묵는 일은 흔치 않다. 투숙객들이 거짓말쟁이라서가 아니다. 묵었던 곳의 만족도 외에도 아직 묵어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기회비용 따위의 계산에서 자연히 밀리는 것이다.


내게 "하늘을 달리다에 또 갈 거야?"하고 묻는다면 '제주 동부 지역에서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끄는 곳이 나타나지 않는 한' 다시 묵을 의향 200%라고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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