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박 하늘을 달리다
몇 해 전 제주 하도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제주 여행 초보자였다. 제주에서 살고 싶다기에 으레 하는 말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지금 정말 하도리에 살고 있다. 하도리 근방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하여.
그는 꼼냥꼼냥 집을 개조하더니 민박을 열었다. '하늘을 달리다'라는 이름이 뭔가 촌스럽지만 왠지 그답다고 생각하며 블로그만 염탐하다가 2년이나 흘러서야 가보게 됐다.
제주에서 3~4인이 편히 묵을 숙소(게하 제외)를 찾다 보면 크게 둘로 나뉜다. 세련된 새 집이냐 분위기 있는 옛 집이냐. 새 집은 세련될수록 비싸고 옛 집은 분위기 있을수록 비싸다. 그러나 새 거든 옛 거든 내가 숙소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주인장의 취향과 센스다. 사진이나 글 어딘가에서 '그것'이 감지되면 가격 확인 후 결정한다.
내 기준에 그럴듯한 숙소는 4인 기준 최소 15만 원. 조금 더 욕심부리면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반면 하늘을 달리다는 12만 원! 독채 민박인데! 더 찾아볼 거 없이 결정했다.
이미 배불리 먹고 마셨는데 "딱 맥주 한 캔만 더" 먹고 자기 위해 잔잔한 BGM을 깔고 잔잔한 대화를 나눴다.
깔끔하고 푹신한 이불과 낮은 베개, 라디에이터의 온기가 꿀잠 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새소리에 일어나 공간을 천천히 둘러봤다.
몇 해 전 내게도 줬던 그의 책(이라기엔 소박하고 내 취향은 아니지만)이 있어 반가웠다. '스무디군'이 주인장의 닉네임이다. 그의 팬이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행지 숙소 주인장에게 "또 올게요"라는 인사를 흔히들 한다. 하지만 정말 만족하여 마음에서 우러나 한 말이어도 두 번 이상 같은 숙소에 묵는 일은 흔치 않다. 투숙객들이 거짓말쟁이라서가 아니다. 묵었던 곳의 만족도 외에도 아직 묵어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기회비용 따위의 계산에서 자연히 밀리는 것이다.
내게 "하늘을 달리다에 또 갈 거야?"하고 묻는다면 '제주 동부 지역에서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끄는 곳이 나타나지 않는 한' 다시 묵을 의향 200%라고 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