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키미 Mar 05. 2017

바닷가 앞 로컬 식당

제주 세화리 은성식당


출출하긴 한데 전날 먹은 탕수육 고추잡채 양장피가 소화되진 않았고, 맛집 검색하니 영 부대낄 것 같은 메뉴뿐이었다. 그래, 무난한 아침식사로는 역시 국밥이지.




제주도민들이 가는 식당


예전에 제주도민 따라갔던 식당에 갔다. 평범하지만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라 동네 사람이 많은 반면 여행자는 거의 없다. 동행자들이 혹시나 기대할까 봐 "맛집은 아닙니다"라고 해뒀다.


어느 동네나 있을 평범한 식당
벽에 그려진 그림이 좀 비범할 뿐



그런데 네 명 모두 싹싹 긁어먹었다. 어제 먹은 거 소화 안됐다더니 김치 더 달라고, 고추 더 달라고..


"따로국밥 네 개요"




"맞다, 여기 똥개 엄청 키우는데!"


다 먹고 화장실 가는 뒷 문으로 나가 봤다. 어? 그런데 예전 그 풍경이 아니다? 이 집이 아니었나? 문 열자마자 꼬리 흔드는 개 몇 마리랑 눈 마주쳐야 하는데, 없어졌다. 갑자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새 도로가 생긴 거였다. 세월 가는 걸 그렇게 맞닥뜨리니 기분이 묘했다.



2012년 2월, 은성식당 뒷편. 지금은 저 파란 지붕 집과 은성식당 사이로 도로가 났다.



한창 똥개 사진 찍기 좋아하던 그 당시엔 그저 개 많다고 좋아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키우는 개가 아니라 키워서 파는 개가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슬픈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 귀여움 앞에선 웃을 수밖에..




밥 먹고 장 보고 바다 보고


은성식당 앞엔 세화민속오일시장이 있다. 시장 앞엔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다. 오일장 열리는 끝자리 5, 0일 또는 벨롱장(플리마켓) 열리는 날 맞춰가면 금상첨화다.


어제까지 대설주의보였던 사실이 무색하게 활짝 갠 하늘
바다를 담는 나의 여행 메이트
그 모습을 담는 나



"이제 입가심 커피를 마시러 갈까? 눈 녹기 전에 숲에 갈까?"

- 눈은 이미 녹을 만큼 녹았을 것 같아.

"그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커피 마시러 고고"





매거진의 이전글 스무디군을 닮은 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