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화리 은성식당
출출하긴 한데 전날 먹은 탕수육 고추잡채 양장피가 소화되진 않았고, 맛집 검색하니 영 부대낄 것 같은 메뉴뿐이었다. 그래, 무난한 아침식사로는 역시 국밥이지.
예전에 제주도민 따라갔던 식당에 갔다. 평범하지만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라 동네 사람이 많은 반면 여행자는 거의 없다. 동행자들이 혹시나 기대할까 봐 "맛집은 아닙니다"라고 해뒀다.
그런데 네 명 모두 싹싹 긁어먹었다. 어제 먹은 거 소화 안됐다더니 김치 더 달라고, 고추 더 달라고..
다 먹고 화장실 가는 뒷 문으로 나가 봤다. 어? 그런데 예전 그 풍경이 아니다? 이 집이 아니었나? 문 열자마자 꼬리 흔드는 개 몇 마리랑 눈 마주쳐야 하는데, 없어졌다. 갑자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새 도로가 생긴 거였다. 세월 가는 걸 그렇게 맞닥뜨리니 기분이 묘했다.
한창 똥개 사진 찍기 좋아하던 그 당시엔 그저 개 많다고 좋아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키우는 개가 아니라 키워서 파는 개가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슬픈 기분이 들었다.
은성식당 앞엔 세화민속오일시장이 있다. 시장 앞엔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다. 오일장 열리는 끝자리 5, 0일 또는 벨롱장(플리마켓) 열리는 날 맞춰가면 금상첨화다.
"이제 입가심 커피를 마시러 갈까? 눈 녹기 전에 숲에 갈까?"
- 눈은 이미 녹을 만큼 녹았을 것 같아.
"그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커피 마시러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