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양도
금능/협재 해변 사진에 항상 등장하는 섬. 코끼리 삼킨 보아뱀처럼 생긴 섬. 본 자는 많아도 가본 자는 적은, 섬 속에 섬- 비양도에 다녀왔다.
아침 9시 배 타려고 부지런 떨며 갔는데 만선이란다. 제ㄱ..! 이 아니라, 증편된 9시 30분 배를 타게 됐다. 덕분에 느긋하게 산책 삼아 한림항을 거닐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각, 관광객 아줌저씨 틈에 껴 비양도행 배에 올랐다.
제주 드나든 지 7년째에 첫 방문. 비양도엔 어쩐지 갈 기회가 없었다. 서쪽 해변에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그림에 늘 비양도가 걸쳐져 있었고, 지금 저기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런 미지의 존재임이 좋아서 일부러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한 번 가 봤다고 멀리서도 친한 척할 것 같다.
쉬엄쉬엄 15분. 운동부족 저질체력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하얀 등대가 보인다. 섬 가장 높은 봉우리에 등대와 나만 있었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밥을 먹었다. (그 얘기는 나중에 차차 하기로)
해안선을 한 바퀴 휘- 돌고 바닷가에 누워 광합성했다.
비양도에선 "제주 변했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화려한 해변도, 이렇다 할 볼거리도, 트렌디한 즐길거리도 없다. 그만큼 조용한 섬.
두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본다.. 는데 나는 여섯 시간을 머물렀다. 내가 알고 보면 한없이 느린 사람이거나, 비양도가 한없이 느려지고픈 섬이었을 터.
그곳에선 마지막 배 타려고 뛰는 관광객만이 유일하게 '급한' 사람이었다. 매사 치열하고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는 내 삶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