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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키미 Nov 01. 2018

해피아워

멕시칸

대낮인데 술집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밤낮 안 가리는 술 문화.

훌륭한 도시일세.


4~6 PM, Happy Hour!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싼 값에 술을 즐길 수 있는, '해피'한 '아워'라고 술집마다 써 붙었다. 정말 훌륭한 도시일세.



"Hi!"

- Hi~

"Come in!"


해피아워의 존재를 알고 기쁨둥절한 채로 골목을 걷는 중, 두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바 테라스에 앉은 여자들이 흡사 남자 꼬시듯 인사를 던진다. 화장을 꽉했다.


"Are you Korean? Come in!"


어떻게 알았지? 단번에 알아봐 주는 경우는 처음이다. 돌아보니 또 컴인! 한다. 적극적이다. 방긋, 웃어주고 관성 따라 가던 길을 걷는데 어째 아쉽다.


"해피아워 또 나오면 들어갈까?"

짜이가 먼저 물꼬를 텄다.


- 그냥 저기 갈까? 들어오라잖아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까?"

그대로 유턴.






멕시코에서 온 그레띠와 제니는 젊고, 튀었다.

스노우 앱에 흠뻑 빠진 그녀들과 온갖 동물 탈을 써 보고, 많이 마셨다.



"우리 한국인인 거 어떻게 알았어?"

- 한국인처럼 생겼으니까

"동양인들 비슷비슷해 보이지 않아?"

- 한국인의 분위기가 있어. 얼굴 생김새도 다르고, 그리고..


그레띠의 갈회색 눈동자가 내게 다가왔다.


- 한국인은 눈동자가 달라

"어떻게?"

- 그런 게 있어. 난 알 수 있어


그녀는 샤이니 팬이었다. 덕질은 안 하지만 '역시 남돌은 샤이니' 주의인 짜이와 나는 그레띠가 뭘 좀 아는 한류 팬임을 알아차렸다. 어떤 멤버 좋아하냐니까 민호와 온유를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으면서도 '샤이니라면 다 좋다'는 말을 강조한다. 짜이도 온유가 좋다고, 나는 키범이가 좋다고, 그래도 보컬은 종현이 최고였는데... 하며 잠시 숙연해진다. 아바나에서 멕시칸과 한국 아이돌 멤버의 부고를 애도하는 시간이라니.


"샤이니 말고는 또 누구 좋아해? EXO랑 BTS도 인기 많잖아"

- 그치 EXO, BTS 다 멋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슈퍼주니어, 소녀시대가 좋아

"진짜?"

- 응, 난 올드한 취향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몇 살인데?"

- 스물셋




술이 술술 들어가고 이야깃 거리는 넘쳐났다.


그런데 제니 눈이 점점 풀린다? 부러진 몽당연필 가지고 떼쓰더니 꾹꾹 눌러 우리 이름을 남겼고, 자기가 그레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50번쯤 말한다.

짜이는 그걸 다 받아주고 있다. "으흥 Baby~" 이러면서. 애기가 주정 부리냐? 얘도 취한 건가... 사태 종료를 위해 황급히 작별.


안녕.

멕시칸들아.







지난 월드컵 때 그레띠는 우리를 다시 소환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이 멕시코 전역에 축제를 안겨다 준 날. World friendship이라고 적었지만 실은 Worldcup friendship이었던 날. Korea를 Corea라고 적는 먼 나라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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