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 zine Habana>
안녕하세요!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운영하며 워크진을 발행하고 있는 강영규입니다.
워크진을 아바나로 신청해주신 킴프로 님의 사진으로 작업을 해 보고 싶은데,
괜찮으시다면 검토해 보시고 회신 부탁드리겠습니다.
꺅 소리가 나왔다. 진짜 육성으로 "끄이약". 놀라서 쳐다보는 옆 자리 동료에게 사과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심장이 팔딱거렸다. 손바닥으로 흉골을 부여잡았지만 달래지기는커녕 심장박동이 육안으로 확인될 뿐이었다.
워크진(WALK zine)은 독립출판계 스테디셀러라 익히 알고 있었다. 매 호 1도시 1작가의 사진으로 꾸려지는 가벼운 무크지. 걷는 여행자의 시선이 담겨 있어서 볼 때마다 동질감에 미소 짓곤 했다. 그래서 '워크진을 함께 할 분을 찾습니다'라는 게시물이 마치 초대장 같았다.
쿠바를 담은 아름다운 필름이 내 하드에만 갇혀버리는 게 안타까웠지만, 직접 독립출판을 하자니 부담됐다. 그저 시리즈물의 한 챕터 정도로 보여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얼른 사진을 모아 워크진 응모 메일을 보내고 나서는 생각마저도 지웠다. 자꾸 생각하면 기대하게 되니까. 물론 생각이라는 게 지운다고 지워질 리 없었다. 말 못 할 비밀을 안고 사는 사람처럼 가슴 졸이는 시간 끝에 메일을 받은 것이다. "끄이약" 소리가 나올 수밖에.
인쇄를 앞두고, 책 배송받을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 달랄 때 나는 직접 받으러 가길 희망했다. '제 로망을 실현하게 해 주세요'라고.
줄곧 기다렸다. 내 사진이 담긴 이 종이 묶음을 어서 손에 쥐어보고 싶었다. 5,000원짜리 무크지가 뭐 대단하겠냐마는 돈으로 환산되는 그런 게 아니니까. 첫 책이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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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지난 4개월 여의 축약이다.
책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책이 나오면 기쁠 줄은 알았지만, 기뻐해 주는 사람들 때문에 더 기쁠 줄은 미처 몰랐다. 그걸 몰랐던 내가 못난이 바보로 느껴질 만큼 엄청난 축하 지옥에 살고 있다. 온전히 나에게로만 쏠리는 축하와 칭찬에 어떤 애티튜드를 취해야 할지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는 그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책이니까 책이라고는 부르지만 사실은 44페이지짜리 종이 묶어다가 스테이플러로 제본한, 딱 100권 밖에 안 만든 이 약소한 물건이 내게 이런 영광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으니까.
지금도 '저 책 샀는데 언제 싸인회 해주심?'이라는 톡 메시지에 답장하지 못하는 중이다.
여전히 모르겠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 채 어제 tvN 드라마 <남자친구>를 보았고, 다시 쿠바행 티켓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photo k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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