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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May 24. 2020

맥락적 사고의 위험

에빙하우스 착시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https://m.news.zum.com/articles/29571288


아래의 그림처럼 똑같은 크기의 도형도 주위의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일종의 맥락(context) 효과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지식이나 발견이라는 것이 특정 맥락 가운데에서 이해되고 또 바르게 해석되는 면이 있기에 맥락을 제대로 알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오히려 그것이 하나의 편견으로 작용하여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게 되고 잘못된 선입견으로 중요한 정보를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 맥락적 사고의 위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맥락적 사고가 어린 사람보다는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더 나타나고, 또 시골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는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세상 경험이 별로 없으니 편견이라는 것이 아직 쌓이지 않은 상태이라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골보다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맥락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왜 그런지 설명이 쉽지 않은데요, 제가 읽고 있는 책 (제목: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에서 보면 이것을 추상적인 범주화를 통한 사고가 도시 지역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합니다. 시골생활은 지식을 직접 경험함으로 얻는 반면, 도시생활은 책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는 경우가 많기에 그만큼 추상적 사고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이런 맥락 효과에 더 많이 노출되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이 더 쉽게 속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골사람들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면, 도시 사람들은 숲을 보느라 나무를 보지 못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맥락적 사고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말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논리가 지나치면 일종의 정치과잉으로 발전되고 그것은 사회적 정의가 바로 서지 않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맥락적 사고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저는 데이터 기반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건을 주변 맥락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자체에 나타난 데이터 만을 사용해서 판단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의 학벌이나 직업이나 아니면 출신 지역과 같은 여러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에 대한 맥락을 제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에 따라 판단을 하거나 아니면 판단을 보류하거나 하는 것이지요. 저는 통계학자로서 당연히 데이터 기반 사고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건강한 사회라면 맥락적 사고가 가질 수 있는 위험을 보완하는 장치로 데이터 기반 사고가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저 같은 사람은 맥락에 대한 이해가 약하니 데이터를 분석할 때에는 그 결론이 맥락에서 많이 벋어 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겸손한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겸손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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