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11)

by 김재광

이렇게 모든게 결정되고 떠나기로 하면서 2008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보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학기이니 정리할 것도 많았고 해서 그 학기는 아예 research-free 로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아이오와가면 연구는 실컷 할텐데 굳이 한국에서의 황금같은 마지막 학기를 연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표본조사론" 한글판 책은 한국사회를 위해 마지막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집필을 서둘러서 자유아카데미사를 통해 출간을 하였다. 내 인생의 첫번째 출간이었던 것이다.


막상 떠난다고 결정하니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다. 대학원생들이 제일 아쉬워했던것 같고, 또 교수님들도 대부분 아쉬워했고 화해할 분들과는 화해를 했다. 한 학과의 구성원으로 같이 지내다보면 서로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다보니 부딪힐 일이 있기 마련인 것이고 그건 내가 옳고 당신이 틀린거라기 보다는 서로가 경험한 환경이 다르기에 서로 다른 시대적 한계를 갖는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래도 연대에서는 나의 자유가 크게 제한받지 않고 하고싶은 말 하면서 지냈으니 그걸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응통과의 박상언 교수님께 내 연구실 대학원생들을 보내며 지도 마무리를 부탁드렸고 겸사겸사 환송회겸 지리산에 같이 놀러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같이 놀러갔던 친구들과는 미국에 가서도 몇년간은 한국에 들어올때마다 계속 만나고 가깝게 지냈다. 이화여대의 모 교수님은 내가 미국가서 심심할까봐 한국 드라마 수십편을 대용량 하드 드라이브에 복사해서 선물로 주셨는데 그 분량을 계산해 봤더니 매일 한시간씩 볼 경우 다 보는데 3년이 걸리는 분량이었다. 동국대의 어느 교수님은 내가 미국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물고기는 원래 큰 연못에 있어야지 작은 연못에서 살면 본인은 물론 그 연못의 다른 물고기도 괴로운 법이라고 덕담을 해 주었다.


다행히 이사 비용 일체를 학교에서 제공해주기로 했기에 이사짐은 여한없이 준비했다. 읽고 싶은 책도 수십권 샀다. 내 기억에 이사짐에 책이 33상자나 포함되어서 짐꾼들이 제법 무거워했던것 같다. 6월말 정도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편도로 끊어서 떠났는데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에는 이제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카고 공항을 거쳐 아이오와 드모인 공항에 도착해서 차 렌트를 해서 운전을 하고 에임스에 와서 학교의 방문자 아파트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어서 한달간 지냈다. 한달간 지내면서 차를 사고, 살 집을 구했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해서 그곳에서 미국대학 교수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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